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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인터뷰] 커피 그 이상을 담은 공간, 알레그리아 커피로스터스 유기용 대표

관리자
2019-05-13
조회수 1460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 카페를 차리는 것은 전혀 놀랍지도, 신선하지도 않은 스토리이다. 카페 창업은 자기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리스트에 올려보는 가장 흔한(?) 아이템이 아닌가. 실제로 도전하는 사람도 많고 해본 사람이라면 혀를 내두를 정도의 고충도 많아 엎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업 특성상 소소하게 꾸려나갈 수는 있지만 ‘로켓 점프’라는 것이 어려워 인정받는 브랜드로 키워내려면 상상 그 이상의 난관들을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시작한지 8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을 거쳐 현재 연간 약 500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로스팅팩토리와 탄탄한 마니아층을 지닌 카페 직영점 2곳을 내실있게 운영하는 이가 있다. 바로 알레그리아 커피로스터스 유기용 대표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처럼 하지 않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떻게 시작했나?

삼성전자를 다니고 있었지만 항상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커피가 눈에 보인 건 2005년 즈음이었다. 그때도 커피 산업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더 이상 오픈할 곳이 없기는 지금과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이왕이면 커나가는 산업에 발을 담그자’는 판단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다행히 공부 해보니 나의 성향과도 잘 맞았다. 직접 로스팅을 배우고, 아카데미도 다니고, 발품 팔아 카페를 찾아다니는 준비 기간을 거쳐 2011년도에 서초동에서 창업을 했다. 


실제로 시작해보니 어땠나?

처음부터 카페를 열었던 것은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한 결 같이 이야기하는 바는 ‘우리 회사는 커피로스팅 컴퍼니’라는 것이다. 커피를 로스팅해서 전국에 공급하고 잘 내릴 수 있게 커뮤니케이션해서 그 사업장을 성공시키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삼성전자에서 B to B 영업을 담당했던 경험 때문인지 기업부터 공략한 것이다. 기업에 직접 원두를 공급하는 것이 엄청난 블루오션으로 보였다. 사실 그것은 대단한 자본이 필요한 최저가 싸움으로 너무 치열해서 지금도 안하는 일인데 말이다.


결과는 어떠했나?

맨땅에 헤딩하듯 샘플을 짊어지고 찾아다녔는데 거절당하기가 일쑤였다. 영업직에 있었던 터라 거절에는 꽤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괴감도 심하게 들었다. 돌이켜보면 이제 막 원두 로스터기를 사서 동네에서 작게 커피를 볶기 시작한 내가 어떻게 기업에 원두를 넣겠나. 원래 커피 업계에 있던 사람도 아니고, 내 브랜드가 알려진 것도 아닌데!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 결국 카페라도 해야겠다 싶어 사무실 겸 공방으로 얻은 자리에 카페를 꾸미고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상황이 나아졌나?

이후에도 약 2년 정도는 카페 수익과 원두커피 판매 모두 마이너스 기록이 계속되었다. 소위 사업을 시작하면 지난다는 ‘어둠의 터널’이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티며 차별화 전략으로 커피도 고급화하고, 잘 된다는 카페와 교류를 하면서 조금씩 발전시켜 나갔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아마 창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시간을 겪을 것이다. 접어야하나 버텨야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끊임없이 고민했다. 2년 정도 되니 겨우 내 인건비는 나올 정도로 올라섰지만 공간에 점점 매몰되는 느낌이었다. 당초 카페를 생각하고 얻은 자리도 아니라 유동인구도 적고 성장 속도도 느렸다. 무엇인가 승부수를 띄워야할 때였다. 나는 너무 열심히 좋은 커피를 만든다고 자신하는데,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그만큼 알릴 기회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더 좋은 상권으로 가서 말이라도 해볼 기회를 잡아보고 싶었다. ‘딱 1년 안에 판도가 바뀌지 않으면 접는다’는 각오로 판교에 2호점을 오픈하기로 했다. 팔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스타벅스 옆 자리였다. 거의 같은 시기에 오픈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다.


스타벅스 옆이라니, 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다. 오히려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는지를 봐야한다. 스타벅스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고 시장성이 있는 검증된 상권이라는 뜻이다. 우리처럼 작은 회사는 전문적인 상권분석 팀이 없지 않나. 그러니 대기업을 활용하는 것도 나름의 노하우이다. 다만 더 잘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스타벅스보다 더 좋은 커피를 제공할 자신이 있었다. 커피 맛은 물론 우리 커피 고객의 마니아적인 성향이 대중적인 커피와는 다른 부분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격도 더 높게 잡았다. 왜 비싸냐는 질문에 우리가 어떤 원두를 써서 어떻게 내리는지, 직원 한 명 한 명이 어떤 마인드로 커피에 접근하는지 상세하게 알려드렸다. 다행히 전략(?)이 잘 통했다. 우리 회사가 빠르게 크는 원동력이 되었다.


"처음부터 한 결 같이 ‘커피로스팅컴퍼니’라는 정체성을 지키오고 있다. 

나름 알차게 성장하며 쓰러지지 않고 버텨온 비결인 것 같다."


유통이나 프랜차이즈 사업 쪽으로 사업을 확장해 볼만도 한데?

많은 제안이나 문의가 있지만, 오직 커피만 유통만 해왔다. 다른 것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렇게 쓰러지지 않고 알차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 처음에 내가 세웠던 ‘커피로스팅컴퍼니’라는 정체성을 지키며 이것만 끌고 왔으니까. 우리가 뭔가 다른 것을 하려면 당연히 그에 따른 리소스도 생기기 마련이다.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원두를 볶고 어떻게 내려야 맛있는지 그 방법을 연구해서 우리 고객들에게 알려주는 일! 우리가 정말 잘 해야 하는 일, 그것에만 몰두하고 싶었다. 이 일에 관해서만큼은 R&D 팀을 만들고, 새로운 기계를 구입하고, 커피도 수 백 번씩 버려가며 소위 ‘미쳤다’ 싶을 만큼 고집스럽게 해오고 있다. 우리는 굉장히 크다고 말하지만 사실 결과물의 차이는 작다면 작을 수 있는데, 다행히 이런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알아주는 팬덤도 형성되어 있다.




알레그리아 커피로스터스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우리를 보고 ‘알레그리아스럽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정갈하다’는 표현이 가장 맞을 것 같다. 커피 맛을 비롯해 알레그리아를 이루는 무엇 하나 튀거나 요란하지 않다. 매장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그 안을 채우는 요소들도 그냥 있어야할 것들이 있어야할 자리에 있다. 기본적으로 카페에 기대하는 요소들이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릴 때도 꼭 필요한 동작만 하도록 교육한다. 쓸데없이 테이블을 쾅쾅 치거나 하는 어수선함이 없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손님에게 건네는 인사도 매일 만나는 지인에게 하듯 하면 되고, 옷도 단정하게 입으면 된다. 반드시 무채색일 필요도 없고 화려한 프린트만 금지하는 정도이다. 이처럼 모든 요소들이 “우리는 우리가 할 있는 최선을 다해 단정하게 꾸미고 정성껏 당신을 맞이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고 고객들은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나의 취향에서 출발해 그런 성향의 디자이너를 만났고, 또 그러한 성향의 직원들이 남아 함께 만든 분위기가 아닐까.


8년차 선배로서 카페 창업을 추천하나?

12~13시간 일하는 건 기본이고, 초콜릿이나 떡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이외에도 상상하지 못할 힘듦이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여기에 빠져있고, 고생하는 이유가 스스로에게 설득이 된다면 충분히 해볼 만 한 가치가 있다. 분명 카페라는 사업이 주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대박이 터지지는 않아도 내가 열심히 하면 기본적인 수입 이상은 만들 수 있는 정직한 일이다. “커피가 너무 맛있어요!”, “여기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 시작이 안돼요” 등의 평가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희열…. F&B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그런 즐거움과 보람을 매일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알레그리아 커피로스터스의 비전은?

물론 내가 만든 공간이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 같은 감성 가득한 동네 사랑방이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좀 더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싶다. 즉 더 큰 커피 전문 기업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 존중받으면서 그들의 가정을 만들고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현재 카페 사업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커피 관련 일을 하고 싶은 친구들의 유입은 늘어나고, 기존에 하던 친구들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더 이상 갈 곳은 없고, 그래서 결국 직업을 바꿔야하고…. 큰 커피 회사에서 일하는 정말 몇 안 되는 친구들만이 커피를 평생의 직업으로 갖고 갈 수 있는 구조이다. 나는 알레그리아를 기업으로 키워 이 친구들이 계속 커피를 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 번듯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 꾸준히 컨설팅하고 직영 매장을 늘리는데 관심을 갖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정갈하고 담백하다. 2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눈 유기용 대표에게서 풍기는 이미지이다. 그가 말하는 알레그리아 커피로스터스의 느낌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를 대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공간이 훤히 그려진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카페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려면 유행을 쫓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콘텐츠를 담은 공간을 만들어야한다는 그의 조언에도 더 큰 신뢰가 느껴졌다. 역시 맛도 공간도 결국은 사람이다.


에디터_이남지  사진제공_알레그리아 커피로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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