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한 일년
다시 2차 유행이 휩쓸고 지났던 작년 연말, 만나기로 했다 미루었던 모임들을 어떻게 할지 몰라 상대방의 의향을 파악하고자 연락을 취했습니다. “4인 이하로 만나는 것은 가능하다 던데, 코로나 좀 더 안정된 이후로 미룰까? 어떻게 할까?” 친구들의 답변은 “그냥 만나자! 미루면 계속 못만나” 였고, 다른 모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괜찮아요, 4인 이하로 안전한 곳에서 만나요.”
제가 네이버에서 칼럼을 쓰기 시작하고 몇 달 되지 않아 코로나가 발발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제 칼럼의 주제는 어느 새 온통 ‘불안, 언택트, HMR, 집’ 등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2020년 2월초부터 4월초까지 우리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활동반경과 타인접촉을 최소화하며, 외출을 제한하고 언택트 상태로 두세달을 지냈습니다. 그러나 4월 즈음 되면서 사람들은 다시 조금씩 외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외출을 부추기는 계절, 봄>
마스크를 착용하고 한강이나 근교로 나가 바람을 쐬기도 하고, 황금연휴가 있던 5월에는 명품 소비 증가와 고가 식당들 만석 등 그 동안 억눌렀던 소비 욕구를 분출하는 모습을 보여 “보복 소비”라는 용어가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외부 소비와 만남이 증가하다가 다시 2차 유행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다시 경계심을 높이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조금 나아지면 다시 외부 활동이 증가하고…. 그런 패턴을 반복한지 어느 덧 1년입니다.
코로나가 종결되지 않아도 외출하는 이유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차도 막힙니다. 식당, 카페, 쇼핑몰 등 상업공간들에는 이전보다 부쩍 손님들이 많습니다. 제가 아는 많은 외식업계 분들은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고,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새로 생긴 여의도 더현대 쇼핑몰에는 인파가 넘쳐나 뉴스에 보도되기도 할 정도였지요.
<주중 오픈시간에 맞춰 방문했음에도 인파로 북적이었던 여의도 더현대 / 사진: 필자 개인 사진>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작년 2월 우리가 극도의 불안 속에서 외부 활동을 제한하며 언택트 생활을 철저히 지켰던 시기의 확진자 수는 1~2백명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4백명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외부활동은 증가했습니다. 작년에는 학생들이 거의 학교를 가지 않았지만 올해 초등학교 1, 2 학년은 ‘매일’ 등교합니다.
여전히 몇 백명의 신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작년 이맘때처럼 집에만 갇혀 있지 않는 걸까요?
첫째,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정체모를 바이러스가 습격한 작년 2월. 이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어떠한지, 감염률은 어떠한지, 걸리면 어떤 아픔을 겪는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한 무지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유전자에는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상대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이 원시시대부터 본능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적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된 거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정리한 매슬로우 욕구 이론에 따르면, 가장 기본 욕구인 생리적 욕구 바로 다음에 ‘안전 욕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관련글: https://blog.naver.com/businessinsight/221797335041)
그런데 코로나 1년을 겪으면서 코로나 환경에 많이 익숙해졌고, 코로나가 어떠한 위험성을 갖고 있고 어떻게 피하면 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라는 위험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면서 공포감은 낮아졌고, 마스크나 거리두기 등의 자발적인 방법들을 통해 안전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게 되었습니다. 사실 객관적으로는 100% 안전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스스로 판단하게 되면 욕구가 충족되는 겁니다.
둘째, 사회적 교류에 대한 욕구 때문입니다. 안전욕구 바로 다음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회적 욕구’입니다. 작년 한해, 코로나로 인해 집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타인과의 교류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얼굴을 봐야하는 건 가족 뿐… 엄마들은 돌밥돌밥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삼시세끼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데에 대한 피로도를 표현하는 신조어)에 지쳤갔고, 집에 갇힌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습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재택근무자들도 비대면 도구들을 통한 업무처리와 갑갑한 생활에 지쳐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가구의 1/3을 차지하는 나홀로 가구들의 외로움은 더욱 커져 갔습니다.
<타인과의 교류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친구들 모임,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회식, 동호회 모임 등 많은 만남들이 사라지다시피 했고,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집안에서 소비’했습니다. 집에서 60인치 대형 티비로 감상하는 넷플릭스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맛있는 HMR 상품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와도, 좋은 가구들을 들여다 놓아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타인과의 교류, 그리고 집밖의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신선한 자극입니다.
안전감을 주는 오프라인 공간, 현명한 소비가 필요한 때
작년 연말에 오픈한 대형 프리미엄 샤브샤브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그 외식기업은 코로나 시기에 큰 규모의 식당이 과연 손님들로 채워질까 큰 우려 속에서도 오픈을 강행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치 못하게 연일 만석입니다.
어떤 점이 손님들의 발길을 이끌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없던 특이한 육수의 고급 샤브샤브 메뉴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이러한 점들은 그동안 참았던 외식 소비욕구를 분출하기에 적당한 곳이었을 것입니다.
<일방형 테이블, 단독 부스테이블, 룸으로 구성된 샤브샤브 레스토랑/ 사진: 필자 개인 사진>
그런데 음식 요인 외에 그 식당에 대해 빠지지 않는 코멘트들이 있습니다.
“층고가 높고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서 코로나 안 옮겠어!”
“내 눈앞에서 팔팔 끓여서 각자 그릇에 떠먹으니까 안전한 거 같아”
코로나 상황속에서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객들이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입니다. 단지 음식과 아름다운 공간 디자인 외에, ‘안전감’이라는 요소는 코로나 시대에 방문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그 안전감이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은 작은 식당이라 하더라도, 식당 주인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공간이 쾌적하다고 느끼면, 위생관리가 철저하다고 생각되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방문하는 겁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며 소비자들이 집밖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지갑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무조건 집에만 갇혀 있지 않습니다. 나만의 안전감을 확보하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 가고 쇼핑몰도 갑니다.
소비시장에 숨통을 틔우고, 버티다 쓰려져가는 수많은 업체들을 살리고, 우리 모두의 정신적인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업체들의 ‘철저한 위생안전 의식’, 소비자들의 ‘안전하고 현명한 소비 활동’ 그리고 정부의 ‘보다 세밀한 코로나 정책들’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필자: 남민정 인사이트플랫폼 대표,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
"2021. 03. 30. 네이버 비즈니스 기고 칼럼"
다시 2차 유행이 휩쓸고 지났던 작년 연말, 만나기로 했다 미루었던 모임들을 어떻게 할지 몰라 상대방의 의향을 파악하고자 연락을 취했습니다. “4인 이하로 만나는 것은 가능하다 던데, 코로나 좀 더 안정된 이후로 미룰까? 어떻게 할까?” 친구들의 답변은 “그냥 만나자! 미루면 계속 못만나” 였고, 다른 모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괜찮아요, 4인 이하로 안전한 곳에서 만나요.”
제가 네이버에서 칼럼을 쓰기 시작하고 몇 달 되지 않아 코로나가 발발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제 칼럼의 주제는 어느 새 온통 ‘불안, 언택트, HMR, 집’ 등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2020년 2월초부터 4월초까지 우리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활동반경과 타인접촉을 최소화하며, 외출을 제한하고 언택트 상태로 두세달을 지냈습니다. 그러나 4월 즈음 되면서 사람들은 다시 조금씩 외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외출을 부추기는 계절, 봄>
마스크를 착용하고 한강이나 근교로 나가 바람을 쐬기도 하고, 황금연휴가 있던 5월에는 명품 소비 증가와 고가 식당들 만석 등 그 동안 억눌렀던 소비 욕구를 분출하는 모습을 보여 “보복 소비”라는 용어가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외부 소비와 만남이 증가하다가 다시 2차 유행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다시 경계심을 높이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조금 나아지면 다시 외부 활동이 증가하고…. 그런 패턴을 반복한지 어느 덧 1년입니다.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차도 막힙니다. 식당, 카페, 쇼핑몰 등 상업공간들에는 이전보다 부쩍 손님들이 많습니다. 제가 아는 많은 외식업계 분들은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고,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새로 생긴 여의도 더현대 쇼핑몰에는 인파가 넘쳐나 뉴스에 보도되기도 할 정도였지요.
<주중 오픈시간에 맞춰 방문했음에도 인파로 북적이었던 여의도 더현대 / 사진: 필자 개인 사진>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작년 2월 우리가 극도의 불안 속에서 외부 활동을 제한하며 언택트 생활을 철저히 지켰던 시기의 확진자 수는 1~2백명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4백명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외부활동은 증가했습니다. 작년에는 학생들이 거의 학교를 가지 않았지만 올해 초등학교 1, 2 학년은 ‘매일’ 등교합니다.
여전히 몇 백명의 신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작년 이맘때처럼 집에만 갇혀 있지 않는 걸까요?
첫째,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정체모를 바이러스가 습격한 작년 2월. 이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어떠한지, 감염률은 어떠한지, 걸리면 어떤 아픔을 겪는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한 무지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유전자에는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상대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이 원시시대부터 본능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적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된 거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정리한 매슬로우 욕구 이론에 따르면, 가장 기본 욕구인 생리적 욕구 바로 다음에 ‘안전 욕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관련글: https://blog.naver.com/businessinsight/221797335041)
그런데 코로나 1년을 겪으면서 코로나 환경에 많이 익숙해졌고, 코로나가 어떠한 위험성을 갖고 있고 어떻게 피하면 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라는 위험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면서 공포감은 낮아졌고, 마스크나 거리두기 등의 자발적인 방법들을 통해 안전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게 되었습니다. 사실 객관적으로는 100% 안전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스스로 판단하게 되면 욕구가 충족되는 겁니다.
둘째, 사회적 교류에 대한 욕구 때문입니다. 안전욕구 바로 다음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회적 욕구’입니다. 작년 한해, 코로나로 인해 집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타인과의 교류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얼굴을 봐야하는 건 가족 뿐… 엄마들은 돌밥돌밥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삼시세끼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데에 대한 피로도를 표현하는 신조어)에 지쳤갔고, 집에 갇힌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습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재택근무자들도 비대면 도구들을 통한 업무처리와 갑갑한 생활에 지쳐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가구의 1/3을 차지하는 나홀로 가구들의 외로움은 더욱 커져 갔습니다.
<타인과의 교류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친구들 모임,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회식, 동호회 모임 등 많은 만남들이 사라지다시피 했고,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집안에서 소비’했습니다. 집에서 60인치 대형 티비로 감상하는 넷플릭스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맛있는 HMR 상품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와도, 좋은 가구들을 들여다 놓아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타인과의 교류, 그리고 집밖의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신선한 자극입니다.
작년 연말에 오픈한 대형 프리미엄 샤브샤브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그 외식기업은 코로나 시기에 큰 규모의 식당이 과연 손님들로 채워질까 큰 우려 속에서도 오픈을 강행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치 못하게 연일 만석입니다.
어떤 점이 손님들의 발길을 이끌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없던 특이한 육수의 고급 샤브샤브 메뉴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이러한 점들은 그동안 참았던 외식 소비욕구를 분출하기에 적당한 곳이었을 것입니다.
<일방형 테이블, 단독 부스테이블, 룸으로 구성된 샤브샤브 레스토랑/ 사진: 필자 개인 사진>
그런데 음식 요인 외에 그 식당에 대해 빠지지 않는 코멘트들이 있습니다.
“층고가 높고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서 코로나 안 옮겠어!”
“내 눈앞에서 팔팔 끓여서 각자 그릇에 떠먹으니까 안전한 거 같아”
코로나 상황속에서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객들이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입니다. 단지 음식과 아름다운 공간 디자인 외에, ‘안전감’이라는 요소는 코로나 시대에 방문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그 안전감이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은 작은 식당이라 하더라도, 식당 주인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공간이 쾌적하다고 느끼면, 위생관리가 철저하다고 생각되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방문하는 겁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며 소비자들이 집밖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지갑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무조건 집에만 갇혀 있지 않습니다. 나만의 안전감을 확보하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 가고 쇼핑몰도 갑니다.
소비시장에 숨통을 틔우고, 버티다 쓰려져가는 수많은 업체들을 살리고, 우리 모두의 정신적인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업체들의 ‘철저한 위생안전 의식’, 소비자들의 ‘안전하고 현명한 소비 활동’ 그리고 정부의 ‘보다 세밀한 코로나 정책들’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2021. 03. 30. 네이버 비즈니스 기고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