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이야? 식당이야? 고깃집, 맛을 넘어선 경험의 향연

한국의 식문화에서 고깃집은 언제나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최근 들어 이 익숙한 공간이 놀라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맛있는 고기'를 넘어, 이제 고깃집은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 시그니처 메뉴 

몽탄, 꿉당, 금돼지식당, 남영돈 등 줄서는 고깃집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특정한 부위가 시그니처로 자리잡고 있다. 몽탄에 가면 우대갈비, 꿉당은 목살, 남영돈에서는 가브리살을 꼭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부위들도 맛있지만 저러한 시그니처 메뉴들은 고객에게 꼭 방문해야할 이유를 제시하고 다른 고깃집과 더 차별화시킨다.

용산에서 줄서는 고깃집 신화를 만들어낸 몽탄의 대표메뉴는 우대갈비이다. 당시 새로운 이름과 모습으로 흥미롭게 등장한 우대갈비는 사실 어릴적 우래옥에서 보던 대긴갈비와 비슷하다. 우래옥에서 대가 긴 갈비를 대긴갈비라는 메뉴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몽탄은 이렇게 대가 긴 갈비에 '우대갈비'라는 독특한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전라도 몽탄면에서 짚불에 숭어를 구워먹던 방식으로 짚불에 구워낸 갈비를 내어준다. 그리고 그 긴 갈빗대 위에 잘게 썬 고기를 올려주는데, 그 모습 또한 몽탄의 또다른 인스타그래머블 포인트이다.

우상화로구이에서는 갈비의 6~8대 부위를 '참진살'이라는 이름으로 재해석 했고, 유엔가든에서 두텁게 손으로 썰은 '손차돌'은 우리가 흔히 먹던 기계로 썰은 얇은 차돌박이에 비해 육즙이 더 풍성하고 씹는맛이 좋아 인기가 많다. 시그니처 부위가 이름이 되기도 한다. 명인등심은 등심에 집중하고, 모범갈비살은 갈비살에 집중한다.

▲ 신용산_남도돼지촌 광주식 애호박찌개

주연을 더빛내는 조연들, 곁들임 메뉴 

원래 고깃집의 대표적인 곁들임 메뉴는 겉절이, 파채, 그리고 냉면이나 찌개 식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요즘 줄서는 고깃집들은 고기가 맛있는 것 뿐 아니라, 곁들임 메뉴들이 고기와 더 찰떡궁합 페어링을 완성한다.

남도돼지촌은 남도 컨셉의 남도식 애호박찌개 등 감칠맛 나는 남도식의 메뉴들이 매력적이다. 몽탄의 양파김치, 금돼지식당의 김치찌개, 꿉당의 쌀밥, 명인등심의 된장죽 등 곁들임 메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맛있을 뿐 아니라, 안그래도 맛있는 고기의 감칠맛을 더더욱 폭발시킨다.

고깃집에서 푸짐하게 내주는 채소 꾸러미는 보기만해도 싱그럽다. 이름도 원동미나리인 한 식당은 파릇파릇한 미나리를 아낌없이 수북하게 내어준다. 고기와 술과 함께 열심히 미나리를 생으로도 먹고 구워도 먹다 보면, 고기를 먹으면서도 조화로운 식단에 더 만족감을 얻기도 한다.

▲마곡_산청숯불가든 

공간이 주는 재미까지, 맛 이상의 융합 엔터테인먼트

산청숯불가든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독특한 공간감에 압도되는 곳이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네모반듯한 거대한 공간 안에, 한쪽에는 고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양파와 쌀푸대가 쌓여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는 찌개가 끓고 있다. 정육점 같기도 하고 시장같기도 한 커다란 공간은 손님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로 가득차있다.

들어서는 순간 그 누구일지라도 이미 산청숯불가든의 의도된 설계에 몰입되게 되어있다. 경남 산청의 고기들과 식재료들, 왁자지껄한 실내 분위기에 매료되어 먹고 마시고 즐기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정육점과 시장, 식당이 융합된 듯한 이 공간은 식사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히 '맛있는 고기'를 넘어 '특별한 경험'을 찾는 현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포착한 결과이다.

'고기만 맛있으면 되지' 하던 시절은 지났다. 

돼지고기집은 그저 정신없고 인테리어의 개념도 없다시피 하던 시절, 최상의 돼지고기 퀄리티와 함께 카페같은 돼지고깃집을 지향하며 등장한 금돼지식당부터, 질 좋은 미산 소갈비메뉴에 미국 한인타운 컨셉의 공간으로 재미를 주는 청기와타운, 남도식 맛깔스러운 메뉴들에 하늘이 보이는 개방감있는 천장을 가진 남도돼지촌, 더욱 고급스럽게 리뉴얼하여 재개장한 명불허전 삼원가든까지, 고깃집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줄서는 고깃집들에 대해 누군가는 거기가 그렇게 두어시간 기다릴만큼 맛있는지 모르겠다고 평한다. 맛만 따진다면 맞는 얘기일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 식당이라는 상품은 음식 뿐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경험이며, 일상에서의 특별한 탈출구로써, 공간, 직원의 서비스 등 모든 요소들이 일체를 이루었을 때 만족도가 결정된다.

글: 인사이트플랫폼 남민정 
사진 : 인사이트플랫폼 김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