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용리단길 못지않게 용산역 인근의 핫한 외식 상권으로 부상한 거리가 있다. 용산역 1번 출구 쪽 한강대로 21길과 15길을 따라 형성된 동네가 바로 그곳이다. 특색 있는 여러 식당과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광경이다. 당시 이곳의 식당이라곤 동네 장사 중심으로 운영하던 백반집 1~2곳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거리 자체의 특색이 없는 데다, 용산역에서도 약 10분을 걸어야 하는 탓에 활성화되긴 어려웠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는 이 상권을 최초로 부흥시킨 F&B 브랜드 기획자다. 한국식 쌀국수 전문점 '미미옥', 아메리칸 스타일 버거집 '버거보이', 이탈리안 레스토랑 '쇼니노'까지. 2020년부터 박 대표가 이 동네에서 성공시킨 브랜드만 3개에 달한다. 일례로 미미옥은 오픈런하지 않으면 1~2시간 넘게 웨이팅 해야 하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가 용산역 인근에서 성공시킨 F&B 브랜드(미미옥, 버거보이, 쇼니노)
그는 발길이 끊긴 거리에서 3개 식당을 연달아 성공시킨 핵심 비결로 'F&C(Food&Community)'를 꼽는다. F&B에서 차용한 이 키워드는 '커뮤니티'를 강화하며 식당을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뜻한다. 이제 외식업에서 커뮤니티 없이는 F&B 브랜드가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하는 박 대표. 그렇다면 F&C의 정확한 개념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의 첫 브랜드이자 이제는 줄 서는 맛집으로 거듭난 '미미옥(신용산점)' 사례에 비추어 직접 물었다.
F&B 브랜드에게 필요한2가지 커뮤니티
우선 F&C의 개념부터 자세히 짚어보자. 매장과 손님, 그리고 매장과 팀원들 간의 커뮤니티를 모두 갖춰야만 진정한 F&C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이다. 첫 번째는 우리 식당을 좋아하는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다. 쉽게 말해 단골들과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두 번째, 팀원들과의 커뮤니티는 '한 팀이라는 소속감'에서 비롯된다. 매장을 진심으로 애정하고 자부심을 가진 채 일하는 팀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 2가지 커뮤니티를 모두 쌓아야 매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F&C로 귀결된다. 단골을 늘리고 가까이 지내려면 맛있는 메뉴와 친절한 서비스 등 식당의 즐길거리를 강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팀원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그 적극성은 자부심과 소속감없이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아티클에선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 매장이 갖춰야 할 4가지 전략부터 알아봤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국밥처럼 든든하게,한국식 쌀국수를 개발한 이유
전략 1. 공감되는 창업 취지와 메뉴 기획하기
박 대표는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선 일단 '공감될만한 브랜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브랜드 스토리란 '창업 취지와 그에 따른 결과물'을 가리킨다. 무슨 이유로 창업했으며, 이를 토대로 어떤 메뉴 및 공간을 기획했는지가 곧 식당의 매력적인 이야기가 된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창업 취지가 시장에서 충족되지 않은 고객 니즈와 밀접할수록 공감 가능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미미옥이 대표적인 사례다. 창업 준비 당시, 박 대표는 '3대 가족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한식'을 꿈꿨다. 가족 외식 장소가 주로 고깃집 아니면 횟집으로만 한정되는 상황에 아쉬움을 느껴서다. 한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3대가 모여 가장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물색하던 중, 당시 국내에서 유행하던 동남아식 쌀국수 프랜차이즈에 주목했다. 쌀국수 덕후였던 그의 눈에는 1만 원대 초반인 가격임에도 포만감이 덜하고, 향신료 탓에 호불호가 갈리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아 보였다. 그 결과 한국인 입맛에 딱 맞춘 '진짜 한국식 쌀국수'를 개발하기로 마음 먹는다. 쌀국수는 단어 그대로 '쌀+국수'라는 관점에서 완전히 한식으로 구현하면 가족 단위 외식 메뉴로도 손색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미옥 신용산점 및 미미옥의 한국식 쌀국수_출처 : 미미옥
자고로 한식이란 식사 후 배불러야 한다는 점을 반영해 '면을 다 먹고 국밥처럼 밥 말아 먹을 수 있는 쌀국수'로 가닥을 구체화시켰다. 레시피 개발 과정에서 철저하게 동남아 식재료를 배제한 이유다. 호불호 없고 밥 생각이 날 정도로 감칠맛 나는 육수를 만들기 위해 삼계탕에 들어갈법한 재료들만 넣었다. 한국식 쌀국수라는 정체성에 맞춰 쌀국수 프랜차이즈에서 주로 쓰던 면이 아닌 이천 쌀로 개발한 면을 택하기도 했다.
가장 핵심 재료는 고수 대신 넣은 '방아잎'이다. 방아잎의 경우, 특유의 향이 있지만 고수처럼 이질적이진 않아서 한국식 쌀국수만의 풍미를 더하는 데 제격이었다. 그렇게 자신만의 한국식 쌀국수를 개발한 박 대표. 지인이 울산에서 운영하던 18평짜리 점포를 저렴하게 임대해 테스트에 나섰고, 약 1년 후 지금의 신용산점을 오픈했다.
미미옥 쌀국수에 쓰이는 쌀면 및 육수_출처 : 미미옥
성수동 카페거리였다면성공하지 못했다?
전략 2. 창업 취지 및 메뉴와 어울리는 공간 디자인하기
이쯤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탄탄한 창업 취지와 메뉴까지 갖춘 이 기획자는 왜 굳이 침체됐던 용산역 인근에 진출한 걸까? 결정적인 이유가 된 건 '한옥'이다. 한식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오래된 한옥 매물을 찾던 중 지금의 매장을 발견했다. 서까래를 비롯해 나무 기둥까지 갖추고 있던 당시 모습은 그가 원하던 공간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무모하게 현실적인 요건을 아예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인기 없는 동네였지만 인근에 주거 단지와 회사 건물이 많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다. 한국식 쌀국수가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서 소구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물을 계약한 후 한옥의 기존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범위 내에서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바꾼 거라곤 매장 내부가 잘 보이도록 거리와 맞닿은 벽면에 통창을 설치하고, 채광을 고려해 일부 천장을 통유리로 교체한 것이 전부다.
시공 과정에서 한옥의 멋을 최대한 살린 미미옥의 인테리어_출처 : 미미옥
박 대표는 브랜드 스토리에 맞춰 매장을 디자인하는 것만큼, 그 콘셉트와 어울리는 상권을 찾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매장이 멋스러워도 상권과 조화롭지 못한 경우엔 그 매력을 발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합하는 상권을 찾기 어려울 땐 일정 수준의 유동 인구가 있지만 아무런 특색이 없는 일명 '백지 상태의 동네'에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 일대의 분위기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미미옥은 통행로 역할만 하던 거리에서 '새로운 한식을 파는 한옥'으로 주목받았다. 이제 해당 동네에는 미미옥처럼 한옥 인테리어를 강조한 카페와 펍들도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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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에 연결되는 매장,
매장과 어울리는 상권. 모두 중요해요.
한옥 기반의 미미옥 신용산점을 만약
힙한 성수동 카페거리에 열었다면
지금처럼 흥행하진 못했을 거예요.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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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저녁 시간대를
손님으로 채워준 신메뉴
전략 3. 브랜드 스토리와 상권 특징을 고려해 메뉴 늘리기
미미옥이 처음부터 성공했던 건 아니다. 오픈 후 1년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았는데, 주된 요인은 저녁 시간대의 매출 공백에 있었다. 점심에 즐길법한 쌀국수로 주민들의 저녁 식사까지 공략하긴 어려웠던 것. 더구나 직장인들의 간단한 회식,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메뉴로도 적합하지 않았다. 저녁 때마다 매장은 텅텅 비었고,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됐다.
박 대표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올린 건 '샤브샤브'였다. 3가지를 고민한 결과인데, 첫 번째 이유는 저녁 식사용으로서 적합하다는 점이다. 전골이란 특성상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에 먹기 좋고, 푸짐하며 정갈한 비주얼 덕분에 소규모 회식 및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메뉴로도 탁월했다. 미미옥 쌀국수의 핵심 재료인 육수와 방아잎을 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결정적이었다. 한국인 입맛에 맞춰 개발한 기존 재료들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한국식 샤브샤브를 완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샤브샤브는 담백한 전골 요리라는 점에서 '3대 가족도 먹기 좋은 새로운 한식'을 만들겠다는 미미옥의 스토리와도 어울렸다.
미미옥 샤브샤브 구성_출처 : 미미옥
'한국식 샤브샤브'로 방향을 잡은 후, 박 대표는 수차례 일본 출장을 떠났다. 오리지널부터 제대로 알아야 현지화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본의 주요 샤브샤브 맛집들을 순회했다. 현지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 손님의 시선으로 즉시 반영할 부분과 개선해야 할 부분을 나눴다. 예컨대 현지 맛집 대부분은 고기 품질에 집중하되, 야채는 가지런하게 소량씩만 내놓았다. 전골 양이 적어도 고기의 마블링이 훌륭하면 1인분 최고 가격이 30만 원을 웃돌기도 했다.
푸짐한 전골 형태로 샤브샤브를 즐기는 한국에선 전혀 맞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에 미미옥 샤브샤브에는 고기 품질을 높이는 것 외에도 갖가지 야채를 풍성히 채우고, 마무리 식사용 옵션으로 쌀면과 쌀죽을 더했다. 반면에 차용할 부분은 적극 반영했다. 이를테면 미미옥 샤브샤브에 구성된 고구마는 일본 현지 맛집들이 옥수수 등 한국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구황작물을 육수에 넣는 방식을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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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개발 과정에서 여러 맛집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활용할 부분과
제외할 부분을 정리할 수 있어서예요.
이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매장의 차별점을 구체화할 수 있죠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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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쌀국수와 샤브샤브에 이어 미미옥의 대표 음식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전통 막걸리'다. 샤브샤브에 곁들여 마시기 좋은 술을 고민하던 박 대표는 미미옥의 브랜드 스토리 중 '쌀'을 눈여겨 봤다. 한국식 쌀국수로 시작해 샤브샤브에서도 쌀면과 쌀죽 등을 반영한 것의 연장선으로, 우리 쌀로 만든 지역별 막걸리들을 판매한 것이다. 어느 식당을 가도 구비된 평범한 소주와 맥주를 내놓는 것보다 쌀과 연결된 브랜드 스토리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서빙 과정에서도 전통 막걸리를 판매하는 이유를 상세히 안내하며 주류 판매량을 늘렸다.
전통주의 인기를 확인한 후 브랜드 자체 술인 '미미옥 막걸리'까지 개발했다. 저녁 시간대 손님들은 주로 대화하며 샤브샤브에 반주 삼아 술을 천천히 음미한다는 점을 반영해, 느리게 마시기 좋은 고도수(11도)로 만들었다. 과음하기 보단 하나의 미식 경험으로서 술을 경험하길 바라는 의도도 있었다. 미미옥 막걸리는 현재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통주로 꼽힌다.
미미옥 막걸리_출처 : 미미옥
단골을 늘리는 데맛보다 중요한 '이것'
전략 4. 먼저 해결해 주는 서비스 실현하기
앞서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쌓기 위한 전략으로 메뉴를 언급했지만, 사실 박 대표가 '맛'보다도 주안점을 두는 곳이 있다. 바로 '친절한 서비스'다. 그는 식당에 대한 재방문 의사를 정하는 데 있어 맛의 비중은 50%도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만족스러울 정도로 친절한 서비스가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는 논리다. 팀원들과도 맛있는 식당을 넘어 '기분좋게 만드는 식당'을 만들자고 매일 다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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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도 서비스가 불친절하면
재방문할 마음이 싹 사라져요.
반대로 맛은 평범한데 감동받을 정도로
친절한 식당에는 재방문할 가능성이 높죠.
메뉴에 공들이는 것만큼 서비스에도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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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미옥은 친절한 서비스로 정평이 나 있다. 손님들이 보답하는 의미로 커피 및 디저트를 선물할 정도다. 친절한 서비스를 실현하는 노하우를 묻자 2가지 과정에 주력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손님의 불편 사항을 미리 파악해서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 극찬을 받은 서비스가 있으면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두 번째다. 미미옥은 이 2가지가 맞물린 선순환을 유지하며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손님들의 불편함을 미리 파악해서 해결한 사례는 매주 업데이트된다. 가령 헤어스타일이 긴 손님에겐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머리끈을 건네거나, 과음하는 손님에겐 숙취해소제를 선물하는 식이다. 모두 실제 미미옥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한 서비스다.
그중에서도 특히 호평을 얻은 아이디어의 경우, 전체 팀원들에게 공유한다. 해당 팀원을 칭찬하는 것은 물론, 팀원들의 서비스 관점을 넓혀주기 위함이다. 실제 이 과정에서 새로운 고정 서비스를 구상할 때도 많다. 이를테면 어느 팀원이 출근길에 꽃다발을 사와서 웨이팅 중인 손님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요즘도 웨이팅이 유독 심한 날에는 손님들에게 꽃을 건네고 있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미미옥이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쌓아 온 방식을 두 키워드로 요약하면 '브랜드 스토리'와 '서비스'다. 창업 취지와 연결된 메뉴 및 공간을 기획해 매력적인 브랜드 스토리를 완성하고, 이 스토리를 기준삼아 상권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새로운 맛을 더했으며, 세심한 서비스로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했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F&C는 매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미미옥을 비롯한 각 브랜드의 기존 매력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활동에 꾸준히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장과 팀원 간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전략은 2편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연관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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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아티클은 네이버인터비즈X브랜더쿠와 함께 제작했습니다.
제작 이한규 디자인 김서현
요즘 용리단길 못지않게 용산역 인근의 핫한 외식 상권으로 부상한 거리가 있다. 용산역 1번 출구 쪽 한강대로 21길과 15길을 따라 형성된 동네가 바로 그곳이다. 특색 있는 여러 식당과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광경이다. 당시 이곳의 식당이라곤 동네 장사 중심으로 운영하던 백반집 1~2곳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거리 자체의 특색이 없는 데다, 용산역에서도 약 10분을 걸어야 하는 탓에 활성화되긴 어려웠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는 이 상권을 최초로 부흥시킨 F&B 브랜드 기획자다. 한국식 쌀국수 전문점 '미미옥', 아메리칸 스타일 버거집 '버거보이', 이탈리안 레스토랑 '쇼니노'까지. 2020년부터 박 대표가 이 동네에서 성공시킨 브랜드만 3개에 달한다. 일례로 미미옥은 오픈런하지 않으면 1~2시간 넘게 웨이팅 해야 하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가 용산역 인근에서 성공시킨 F&B 브랜드(미미옥, 버거보이, 쇼니노)
그는 발길이 끊긴 거리에서 3개 식당을 연달아 성공시킨 핵심 비결로 'F&C(Food&Community)'를 꼽는다. F&B에서 차용한 이 키워드는 '커뮤니티'를 강화하며 식당을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뜻한다. 이제 외식업에서 커뮤니티 없이는 F&B 브랜드가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하는 박 대표. 그렇다면 F&C의 정확한 개념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의 첫 브랜드이자 이제는 줄 서는 맛집으로 거듭난 '미미옥(신용산점)' 사례에 비추어 직접 물었다.
우선 F&C의 개념부터 자세히 짚어보자. 매장과 손님, 그리고 매장과 팀원들 간의 커뮤니티를 모두 갖춰야만 진정한 F&C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이다. 첫 번째는 우리 식당을 좋아하는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다. 쉽게 말해 단골들과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두 번째, 팀원들과의 커뮤니티는 '한 팀이라는 소속감'에서 비롯된다. 매장을 진심으로 애정하고 자부심을 가진 채 일하는 팀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 2가지 커뮤니티를 모두 쌓아야 매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F&C로 귀결된다. 단골을 늘리고 가까이 지내려면 맛있는 메뉴와 친절한 서비스 등 식당의 즐길거리를 강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팀원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그 적극성은 자부심과 소속감없이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아티클에선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 매장이 갖춰야 할 4가지 전략부터 알아봤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박 대표는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선 일단 '공감될만한 브랜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브랜드 스토리란 '창업 취지와 그에 따른 결과물'을 가리킨다. 무슨 이유로 창업했으며, 이를 토대로 어떤 메뉴 및 공간을 기획했는지가 곧 식당의 매력적인 이야기가 된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창업 취지가 시장에서 충족되지 않은 고객 니즈와 밀접할수록 공감 가능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미미옥이 대표적인 사례다. 창업 준비 당시, 박 대표는 '3대 가족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한식'을 꿈꿨다. 가족 외식 장소가 주로 고깃집 아니면 횟집으로만 한정되는 상황에 아쉬움을 느껴서다. 한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3대가 모여 가장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물색하던 중, 당시 국내에서 유행하던 동남아식 쌀국수 프랜차이즈에 주목했다. 쌀국수 덕후였던 그의 눈에는 1만 원대 초반인 가격임에도 포만감이 덜하고, 향신료 탓에 호불호가 갈리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아 보였다. 그 결과 한국인 입맛에 딱 맞춘 '진짜 한국식 쌀국수'를 개발하기로 마음 먹는다. 쌀국수는 단어 그대로 '쌀+국수'라는 관점에서 완전히 한식으로 구현하면 가족 단위 외식 메뉴로도 손색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미옥 신용산점 및 미미옥의 한국식 쌀국수_출처 : 미미옥
자고로 한식이란 식사 후 배불러야 한다는 점을 반영해 '면을 다 먹고 국밥처럼 밥 말아 먹을 수 있는 쌀국수'로 가닥을 구체화시켰다. 레시피 개발 과정에서 철저하게 동남아 식재료를 배제한 이유다. 호불호 없고 밥 생각이 날 정도로 감칠맛 나는 육수를 만들기 위해 삼계탕에 들어갈법한 재료들만 넣었다. 한국식 쌀국수라는 정체성에 맞춰 쌀국수 프랜차이즈에서 주로 쓰던 면이 아닌 이천 쌀로 개발한 면을 택하기도 했다.
가장 핵심 재료는 고수 대신 넣은 '방아잎'이다. 방아잎의 경우, 특유의 향이 있지만 고수처럼 이질적이진 않아서 한국식 쌀국수만의 풍미를 더하는 데 제격이었다. 그렇게 자신만의 한국식 쌀국수를 개발한 박 대표. 지인이 울산에서 운영하던 18평짜리 점포를 저렴하게 임대해 테스트에 나섰고, 약 1년 후 지금의 신용산점을 오픈했다.
미미옥 쌀국수에 쓰이는 쌀면 및 육수_출처 : 미미옥
이쯤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탄탄한 창업 취지와 메뉴까지 갖춘 이 기획자는 왜 굳이 침체됐던 용산역 인근에 진출한 걸까? 결정적인 이유가 된 건 '한옥'이다. 한식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오래된 한옥 매물을 찾던 중 지금의 매장을 발견했다. 서까래를 비롯해 나무 기둥까지 갖추고 있던 당시 모습은 그가 원하던 공간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무모하게 현실적인 요건을 아예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인기 없는 동네였지만 인근에 주거 단지와 회사 건물이 많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다. 한국식 쌀국수가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서 소구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물을 계약한 후 한옥의 기존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범위 내에서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바꾼 거라곤 매장 내부가 잘 보이도록 거리와 맞닿은 벽면에 통창을 설치하고, 채광을 고려해 일부 천장을 통유리로 교체한 것이 전부다.
시공 과정에서 한옥의 멋을 최대한 살린 미미옥의 인테리어_출처 : 미미옥
박 대표는 브랜드 스토리에 맞춰 매장을 디자인하는 것만큼, 그 콘셉트와 어울리는 상권을 찾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매장이 멋스러워도 상권과 조화롭지 못한 경우엔 그 매력을 발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합하는 상권을 찾기 어려울 땐 일정 수준의 유동 인구가 있지만 아무런 특색이 없는 일명 '백지 상태의 동네'에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 일대의 분위기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미미옥은 통행로 역할만 하던 거리에서 '새로운 한식을 파는 한옥'으로 주목받았다. 이제 해당 동네에는 미미옥처럼 한옥 인테리어를 강조한 카페와 펍들도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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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에 연결되는 매장,
매장과 어울리는 상권. 모두 중요해요.
한옥 기반의 미미옥 신용산점을 만약
힙한 성수동 카페거리에 열었다면
지금처럼 흥행하진 못했을 거예요.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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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옥이 처음부터 성공했던 건 아니다. 오픈 후 1년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았는데, 주된 요인은 저녁 시간대의 매출 공백에 있었다. 점심에 즐길법한 쌀국수로 주민들의 저녁 식사까지 공략하긴 어려웠던 것. 더구나 직장인들의 간단한 회식,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메뉴로도 적합하지 않았다. 저녁 때마다 매장은 텅텅 비었고,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됐다.
박 대표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올린 건 '샤브샤브'였다. 3가지를 고민한 결과인데, 첫 번째 이유는 저녁 식사용으로서 적합하다는 점이다. 전골이란 특성상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에 먹기 좋고, 푸짐하며 정갈한 비주얼 덕분에 소규모 회식 및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메뉴로도 탁월했다. 미미옥 쌀국수의 핵심 재료인 육수와 방아잎을 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결정적이었다. 한국인 입맛에 맞춰 개발한 기존 재료들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한국식 샤브샤브를 완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샤브샤브는 담백한 전골 요리라는 점에서 '3대 가족도 먹기 좋은 새로운 한식'을 만들겠다는 미미옥의 스토리와도 어울렸다.
미미옥 샤브샤브 구성_출처 : 미미옥
'한국식 샤브샤브'로 방향을 잡은 후, 박 대표는 수차례 일본 출장을 떠났다. 오리지널부터 제대로 알아야 현지화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본의 주요 샤브샤브 맛집들을 순회했다. 현지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 손님의 시선으로 즉시 반영할 부분과 개선해야 할 부분을 나눴다. 예컨대 현지 맛집 대부분은 고기 품질에 집중하되, 야채는 가지런하게 소량씩만 내놓았다. 전골 양이 적어도 고기의 마블링이 훌륭하면 1인분 최고 가격이 30만 원을 웃돌기도 했다.
푸짐한 전골 형태로 샤브샤브를 즐기는 한국에선 전혀 맞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에 미미옥 샤브샤브에는 고기 품질을 높이는 것 외에도 갖가지 야채를 풍성히 채우고, 마무리 식사용 옵션으로 쌀면과 쌀죽을 더했다. 반면에 차용할 부분은 적극 반영했다. 이를테면 미미옥 샤브샤브에 구성된 고구마는 일본 현지 맛집들이 옥수수 등 한국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구황작물을 육수에 넣는 방식을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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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개발 과정에서 여러 맛집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활용할 부분과
제외할 부분을 정리할 수 있어서예요.
이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매장의 차별점을 구체화할 수 있죠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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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쌀국수와 샤브샤브에 이어 미미옥의 대표 음식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전통 막걸리'다. 샤브샤브에 곁들여 마시기 좋은 술을 고민하던 박 대표는 미미옥의 브랜드 스토리 중 '쌀'을 눈여겨 봤다. 한국식 쌀국수로 시작해 샤브샤브에서도 쌀면과 쌀죽 등을 반영한 것의 연장선으로, 우리 쌀로 만든 지역별 막걸리들을 판매한 것이다. 어느 식당을 가도 구비된 평범한 소주와 맥주를 내놓는 것보다 쌀과 연결된 브랜드 스토리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서빙 과정에서도 전통 막걸리를 판매하는 이유를 상세히 안내하며 주류 판매량을 늘렸다.
전통주의 인기를 확인한 후 브랜드 자체 술인 '미미옥 막걸리'까지 개발했다. 저녁 시간대 손님들은 주로 대화하며 샤브샤브에 반주 삼아 술을 천천히 음미한다는 점을 반영해, 느리게 마시기 좋은 고도수(11도)로 만들었다. 과음하기 보단 하나의 미식 경험으로서 술을 경험하길 바라는 의도도 있었다. 미미옥 막걸리는 현재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통주로 꼽힌다.
미미옥 막걸리_출처 : 미미옥
앞서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쌓기 위한 전략으로 메뉴를 언급했지만, 사실 박 대표가 '맛'보다도 주안점을 두는 곳이 있다. 바로 '친절한 서비스'다. 그는 식당에 대한 재방문 의사를 정하는 데 있어 맛의 비중은 50%도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만족스러울 정도로 친절한 서비스가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는 논리다. 팀원들과도 맛있는 식당을 넘어 '기분좋게 만드는 식당'을 만들자고 매일 다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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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도 서비스가 불친절하면
재방문할 마음이 싹 사라져요.
반대로 맛은 평범한데 감동받을 정도로
친절한 식당에는 재방문할 가능성이 높죠.
메뉴에 공들이는 것만큼 서비스에도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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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미옥은 친절한 서비스로 정평이 나 있다. 손님들이 보답하는 의미로 커피 및 디저트를 선물할 정도다. 친절한 서비스를 실현하는 노하우를 묻자 2가지 과정에 주력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손님의 불편 사항을 미리 파악해서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 극찬을 받은 서비스가 있으면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두 번째다. 미미옥은 이 2가지가 맞물린 선순환을 유지하며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손님들의 불편함을 미리 파악해서 해결한 사례는 매주 업데이트된다. 가령 헤어스타일이 긴 손님에겐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머리끈을 건네거나, 과음하는 손님에겐 숙취해소제를 선물하는 식이다. 모두 실제 미미옥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한 서비스다.
그중에서도 특히 호평을 얻은 아이디어의 경우, 전체 팀원들에게 공유한다. 해당 팀원을 칭찬하는 것은 물론, 팀원들의 서비스 관점을 넓혀주기 위함이다. 실제 이 과정에서 새로운 고정 서비스를 구상할 때도 많다. 이를테면 어느 팀원이 출근길에 꽃다발을 사와서 웨이팅 중인 손님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요즘도 웨이팅이 유독 심한 날에는 손님들에게 꽃을 건네고 있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미미옥이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쌓아 온 방식을 두 키워드로 요약하면 '브랜드 스토리'와 '서비스'다. 창업 취지와 연결된 메뉴 및 공간을 기획해 매력적인 브랜드 스토리를 완성하고, 이 스토리를 기준삼아 상권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새로운 맛을 더했으며, 세심한 서비스로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했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F&C는 매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미미옥을 비롯한 각 브랜드의 기존 매력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활동에 꾸준히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장과 팀원 간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전략은 2편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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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아티클은 네이버인터비즈X브랜더쿠와 함께 제작했습니다.
제작 이한규 디자인 김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