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팬덤을 늘리기 위한 장기적인 활동을 뜻하는 '브랜딩'. 팬덤이라는 단어의 영향인지 국내 외식업계에서 '식당의 브랜딩 사례'라고 하면 대부분 손님을 대상으로 한 활동들이 부각됐다.
반면에 직원들을 팬으로 만드는 이른바 내부 브랜딩에도 주력하며 화제가 된 식당이 있다. 직원들의 성장 욕구와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독특한 조직문화가 이곳의 강점이다. 회사처럼 사원증을 지급하고, 업무 관련 이야기를 개인용 카톡이 아닌 협업용 앱으로 나누며, 직원들의 활약을 기록하는 전문 영상팀까지 운영하는 등 그 독특함이 파격적일 정도다.
이곳은 바로 한국식 쌀국수 전문점 '미미옥'. 외식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가 2020년에 선보인 첫 번째 브랜드이자, 용산역 1번 출구 인근의 침체됐던 상권을 되살린 맛집이다. 텅 빈 거리에서 미미옥을 성공시킨 박 대표는 연이어 아메리칸 스타일 버거집 '버거보이', 이탈리안 레스토랑 '쇼니노'까지 상권의 대표 맛집으로 만들었다.
그는 메뉴, 서비스, 공간만큼이나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F&B 브랜드 기획자로도 유명하다. 조직문화를 통한 내부 브랜딩에도 주안점을 두는 건 그가 추구하는 'F&C(Food&Community)' 전략과 연결된다. 새로운 식당이 지속 가능한 F&B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커뮤니티'를 갖춰야 하는데, 이 커뮤니티란 '매장과 손님' 그리고 '매장과 직원' 간의 총 2가지 관계로 구성된다는 것. 여기서 메뉴, 서비스, 공간 등은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데 작용한다면 직원들과의 커뮤니티 형성 과정에선 조직문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박재현 대표가 미미옥에서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강화해 온 4가지 전략을 살펴본 지난 1편에 이어, 이번에는 그가 미미옥의 남다른 조직문화를 확립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국내 외식업계의 방식을 역행하며 남다른 조직문화를 만든 이 기획자의 아이디어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미미옥 신용산점의 팀원들_출처 : 미미옥
직원 아닌 팀원,
팀원과의 커뮤니티란?
직원들과의 커뮤니티란 정확히 무엇일까? 박 대표는 '우리 식당을 진심으로 애정하고 자부심을 가진 채 일하는 사람들끼리의 팀워크'라고 정의한다. 한 팀이라는 소속감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이들인 셈이다. 이에 맞춰 미미옥에선 '직원' 대신 '팀원'이란 호칭을 사용한다.
팀원들과의 커뮤니티가 강력하다는 건 팀워크가 훌륭한 상태임을 의미하며, 이는 친절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아무리 내부적으로 서비스 가이드를 구체화해도, 손님이 감동받을 정도의 서비스를 완성하려면 일일이 문서화하기 어려운 '자발적인 행동들'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더워 보이는 손님에게 얼음물을, 헤어스타일이 긴 손님에게 머리끈을 건네는 배려가 적절한 예다. 이런 세부적인 행동은 문서화하기 어렵지만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한 끗이고, 식당을 알리겠다는 소속감이 있는 팀원들은 이 한 끗을 실천할 가능성이 높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및 미미옥 매장과 메뉴들(쌀국수, 샤브샤브)_출처 : 미미옥
사원증에 슬랙까지?
체계 없는 식당 아닌 회사처럼
박 대표는 팀원들과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첫 단계로 '소속감'을 느낄 만한 환경부터 조성하길 추천한다. 팀원 입장에서 자랑하고 싶은 식당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인테리어와 메뉴 등이 인스타그래머블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외적인 부분에 집중하기보단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식당이 아닌 체계적인 회사처럼 업무 환경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미미옥이 팀원들에게 사원증과 협업용 메신저 앱 슬랙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업무 관련 논의사항이 있을 땐 슬랙으로 주고받는다. 관계자들을 빠르게 태그하는 건 물론 회의 내용 및 주요 일정 등도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어서다. 더구나 사적인 채팅방이 많은 개인용 카카오톡과 분리된 환경에서 일 얘기만 따로 나누는 만큼 팀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직원 규모와 상관없이 카카오톡, 문자, 전화 등으로 소통하는 대부분의 국내 식당들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행보다.
"스타트업에선 팀원이 5명만 돼도 협업 툴을 쓰는 게 당연한데 외식업에선 그렇지 않은 게 의문이었어요.
운영 효율성과 팀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_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미미옥의 슬랙 메신저 화면_출처 : 미미옥
수저 한 개 교체할 때도
모든 팀원과 논의하는 이유
그렇다면 사원증과 슬랙만으로 팀원들과의 커뮤니티(팀워크)를 강화할 수 있을까? 박 대표는 '몰입'하게 만드는 조직문화 없이 일부 운영 시스템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팀원들의 성장 의지도 팀워크를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 의지가 생기려면 우선 업무에 몰입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미옥에선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모든 팀원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중시한다. 실제 박 대표는 매 의사결정마다 전체 팀원과 이야기를 나눈다. 혹여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반드시 고수하는 과정이다. 수저 및 그릇 교체 등 세세한 변화를 논의할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해당 의사결정과 직결되는 실무자일수록 더 자세히 소통한다. 예컨대 특정 메뉴를 주문하면 그릇을 교체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할 땐, 설거지를 담당하는 저연차 팀원의 의견을 적극 물어보는 식이다. 해당 서비스가 필요할지, 실행할 경우 업무상 야기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긴밀하게 논의한다. 실무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화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납득이 돼야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는 박 대표의 운영 철학이 반영된 부분이기도 하다.
의견을 가감 없이 공유하며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온 팀원들은 관리자로 승진했을 때도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 실제 미미옥에선 파트타임으로 시작한 팀원들이 현재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는데, 입사 초반 때부터 자신이 만족했던 의사결정 방식을 따르고 있다.
미미옥 신용산점 팀원들_출처 : 미미옥
앱으로 먼저 듣는 팀원들의 고민
팀워크가 훌륭한 스포츠팀에서는 선수들이 서로 대화를 자주 하듯, 미미옥 또한 정기적으로 일대일 면담을 진행한다. 물론 요즘엔 국내에서도 이 같은 식당이 늘었지만 미미옥에서는 그 진행 방식이 남다르다. 면담 진행자가 "부담 없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요청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팀원 입장에선 고민 또는 불만사항을 솔직하게 털어놓기가 쉽지 않아서다. 결과적으로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형식적인 면담이 반복될 뿐이다.
박 대표는 말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 대신 솔직하게 써달라고 요청한다. 면담하기 2~3일 전, 팀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면담용 앱에 자세히 작성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다. 대면한 채로는 꺼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사전에 최대한 공유 받기 위한 묘수다.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과 미리 혼자 써보는 것, 사소한 차이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실제 미미옥 팀원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면담 때마다 개인적인 고민과 개선하고 싶은 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알린다.
앱으로 팀원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건 면담을 주도해야 하는 관리자들에게도 이롭다. 팀원들이 공유한 의견을 사전에 꼼꼼히 읽고 대화하는 덕분에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데다 미리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건
팀원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돼요.
특히 같은 불만이 있어도 이를
한 번이라도 말하는 것과 꾹 참는 것의
만족도 차이는 극명하게 갈립니다.
팀원들이 이야기를 토로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든 이유에요."
_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영상 전문팀이 기록하는
팀원들의 활약
미미옥에선 정기적으로 특별한 커뮤니티 행사도 열린다. 이벤트명은 '미미다이닝'. 단골들을 초청해 특정 테마로 구성한 디너 코스를 선보이는 자리다. 언뜻 손님들을 위한 미식 행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행사의 진짜 주인공은 주방 팀원들이다. 연차 구분 없이 재밌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미미다이닝의 총괄 기획자가 될 수 있어서다. 총괄 기획을 맡은 팀원이 콘셉트와 메뉴들을 구체화하고, 미미옥 팀이 식재료 준비 및 홍보 등 이벤트 진행 과정을 지원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미미다이닝 기획자에게 전반적인 활약상을 기록한 영상을 선물하는 점 역시 흥미로운 포인트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촬영한 작업물이 아니다. 로프컴퍼니 소속 전문 영상팀이 사전 준비부터 행사가 종료될 때까지 매 순간 담당 팀원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기록한다. 행사에서 참가자들에게 메뉴를 소개하고, 주방에서 몰입한 채 요리하는 모습 등을 담은 이 영상은 미미옥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발행된다.
미미다이닝 행사 현장 및 슬랙에 공유된 기획 담당 팀원의 후기_출처 : 미미옥
재료 준비부터 영상팀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박 대표는 미미다이닝 같은 경험들이 팀원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기획한 아이디어로 즐거워하는 손님들을 보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팀에 대한 소속감을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주방에서만 계속 요리하다 보면
자부심을 느낄 기회가 많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열심히 하자고
말하는 건 효과가 없습니다.
열심히 하고 싶을 만한 계기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해요."
_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사원증과 협업용 앱을 지원하고, 의사결정 및 면담 진행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팀원들의 생각을 충분히 듣고, 팀원들을 위한 영상팀까지 운영하며 커뮤니티를 강화해 온 박 대표. 인터뷰가 끝날 때쯤 넌지시 물었다. 한편으론 이런 활동이 시간 및 비용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되지 않냐고.
박 대표는 "비용과 시간이 드는 탓에 단기적으로는 손해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답했다. 소속감과 성장 의지를 바탕으로 한 팀원들과의 커뮤니티는 최상의 고객 서비스로 연결되고, 이는 곧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쌓는 데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가 기획자로서 강조하는 'F&C 완성'에 필요한 선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는 앞으로도 조직문화를 점검 및 보완하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견고해지는 팀원들과의 커뮤니티가 꾸준히 미미옥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줄 하나의 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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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아티클은 네이버인터비즈X브랜더쿠와 함께 제작했습니다.
제작 이한규
브랜드 팬덤을 늘리기 위한 장기적인 활동을 뜻하는 '브랜딩'. 팬덤이라는 단어의 영향인지 국내 외식업계에서 '식당의 브랜딩 사례'라고 하면 대부분 손님을 대상으로 한 활동들이 부각됐다.
반면에 직원들을 팬으로 만드는 이른바 내부 브랜딩에도 주력하며 화제가 된 식당이 있다. 직원들의 성장 욕구와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독특한 조직문화가 이곳의 강점이다. 회사처럼 사원증을 지급하고, 업무 관련 이야기를 개인용 카톡이 아닌 협업용 앱으로 나누며, 직원들의 활약을 기록하는 전문 영상팀까지 운영하는 등 그 독특함이 파격적일 정도다.
이곳은 바로 한국식 쌀국수 전문점 '미미옥'. 외식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가 2020년에 선보인 첫 번째 브랜드이자, 용산역 1번 출구 인근의 침체됐던 상권을 되살린 맛집이다. 텅 빈 거리에서 미미옥을 성공시킨 박 대표는 연이어 아메리칸 스타일 버거집 '버거보이', 이탈리안 레스토랑 '쇼니노'까지 상권의 대표 맛집으로 만들었다.
그는 메뉴, 서비스, 공간만큼이나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F&B 브랜드 기획자로도 유명하다. 조직문화를 통한 내부 브랜딩에도 주안점을 두는 건 그가 추구하는 'F&C(Food&Community)' 전략과 연결된다. 새로운 식당이 지속 가능한 F&B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커뮤니티'를 갖춰야 하는데, 이 커뮤니티란 '매장과 손님' 그리고 '매장과 직원' 간의 총 2가지 관계로 구성된다는 것. 여기서 메뉴, 서비스, 공간 등은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데 작용한다면 직원들과의 커뮤니티 형성 과정에선 조직문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박재현 대표가 미미옥에서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강화해 온 4가지 전략을 살펴본 지난 1편에 이어, 이번에는 그가 미미옥의 남다른 조직문화를 확립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국내 외식업계의 방식을 역행하며 남다른 조직문화를 만든 이 기획자의 아이디어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미미옥 신용산점의 팀원들_출처 : 미미옥
직원들과의 커뮤니티란 정확히 무엇일까? 박 대표는 '우리 식당을 진심으로 애정하고 자부심을 가진 채 일하는 사람들끼리의 팀워크'라고 정의한다. 한 팀이라는 소속감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이들인 셈이다. 이에 맞춰 미미옥에선 '직원' 대신 '팀원'이란 호칭을 사용한다.
팀원들과의 커뮤니티가 강력하다는 건 팀워크가 훌륭한 상태임을 의미하며, 이는 친절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아무리 내부적으로 서비스 가이드를 구체화해도, 손님이 감동받을 정도의 서비스를 완성하려면 일일이 문서화하기 어려운 '자발적인 행동들'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더워 보이는 손님에게 얼음물을, 헤어스타일이 긴 손님에게 머리끈을 건네는 배려가 적절한 예다. 이런 세부적인 행동은 문서화하기 어렵지만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한 끗이고, 식당을 알리겠다는 소속감이 있는 팀원들은 이 한 끗을 실천할 가능성이 높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및 미미옥 매장과 메뉴들(쌀국수, 샤브샤브)_출처 : 미미옥
박 대표는 팀원들과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첫 단계로 '소속감'을 느낄 만한 환경부터 조성하길 추천한다. 팀원 입장에서 자랑하고 싶은 식당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인테리어와 메뉴 등이 인스타그래머블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외적인 부분에 집중하기보단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식당이 아닌 체계적인 회사처럼 업무 환경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미미옥이 팀원들에게 사원증과 협업용 메신저 앱 슬랙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업무 관련 논의사항이 있을 땐 슬랙으로 주고받는다. 관계자들을 빠르게 태그하는 건 물론 회의 내용 및 주요 일정 등도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어서다. 더구나 사적인 채팅방이 많은 개인용 카카오톡과 분리된 환경에서 일 얘기만 따로 나누는 만큼 팀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직원 규모와 상관없이 카카오톡, 문자, 전화 등으로 소통하는 대부분의 국내 식당들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행보다.
"스타트업에선 팀원이 5명만 돼도 협업 툴을 쓰는 게 당연한데 외식업에선 그렇지 않은 게 의문이었어요.
운영 효율성과 팀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_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미미옥의 슬랙 메신저 화면_출처 : 미미옥
그렇다면 사원증과 슬랙만으로 팀원들과의 커뮤니티(팀워크)를 강화할 수 있을까? 박 대표는 '몰입'하게 만드는 조직문화 없이 일부 운영 시스템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팀원들의 성장 의지도 팀워크를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 의지가 생기려면 우선 업무에 몰입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미옥에선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모든 팀원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중시한다. 실제 박 대표는 매 의사결정마다 전체 팀원과 이야기를 나눈다. 혹여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반드시 고수하는 과정이다. 수저 및 그릇 교체 등 세세한 변화를 논의할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해당 의사결정과 직결되는 실무자일수록 더 자세히 소통한다. 예컨대 특정 메뉴를 주문하면 그릇을 교체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할 땐, 설거지를 담당하는 저연차 팀원의 의견을 적극 물어보는 식이다. 해당 서비스가 필요할지, 실행할 경우 업무상 야기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긴밀하게 논의한다. 실무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화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납득이 돼야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는 박 대표의 운영 철학이 반영된 부분이기도 하다.
의견을 가감 없이 공유하며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온 팀원들은 관리자로 승진했을 때도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 실제 미미옥에선 파트타임으로 시작한 팀원들이 현재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는데, 입사 초반 때부터 자신이 만족했던 의사결정 방식을 따르고 있다.
미미옥 신용산점 팀원들_출처 : 미미옥
팀워크가 훌륭한 스포츠팀에서는 선수들이 서로 대화를 자주 하듯, 미미옥 또한 정기적으로 일대일 면담을 진행한다. 물론 요즘엔 국내에서도 이 같은 식당이 늘었지만 미미옥에서는 그 진행 방식이 남다르다. 면담 진행자가 "부담 없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요청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팀원 입장에선 고민 또는 불만사항을 솔직하게 털어놓기가 쉽지 않아서다. 결과적으로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형식적인 면담이 반복될 뿐이다.
박 대표는 말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 대신 솔직하게 써달라고 요청한다. 면담하기 2~3일 전, 팀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면담용 앱에 자세히 작성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다. 대면한 채로는 꺼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사전에 최대한 공유 받기 위한 묘수다.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과 미리 혼자 써보는 것, 사소한 차이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실제 미미옥 팀원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면담 때마다 개인적인 고민과 개선하고 싶은 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알린다.
앱으로 팀원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건 면담을 주도해야 하는 관리자들에게도 이롭다. 팀원들이 공유한 의견을 사전에 꼼꼼히 읽고 대화하는 덕분에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데다 미리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건
팀원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돼요.
특히 같은 불만이 있어도 이를
한 번이라도 말하는 것과 꾹 참는 것의
만족도 차이는 극명하게 갈립니다.
팀원들이 이야기를 토로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든 이유에요."
_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미미옥에선 정기적으로 특별한 커뮤니티 행사도 열린다. 이벤트명은 '미미다이닝'. 단골들을 초청해 특정 테마로 구성한 디너 코스를 선보이는 자리다. 언뜻 손님들을 위한 미식 행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행사의 진짜 주인공은 주방 팀원들이다. 연차 구분 없이 재밌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미미다이닝의 총괄 기획자가 될 수 있어서다. 총괄 기획을 맡은 팀원이 콘셉트와 메뉴들을 구체화하고, 미미옥 팀이 식재료 준비 및 홍보 등 이벤트 진행 과정을 지원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미미다이닝 기획자에게 전반적인 활약상을 기록한 영상을 선물하는 점 역시 흥미로운 포인트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촬영한 작업물이 아니다. 로프컴퍼니 소속 전문 영상팀이 사전 준비부터 행사가 종료될 때까지 매 순간 담당 팀원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기록한다. 행사에서 참가자들에게 메뉴를 소개하고, 주방에서 몰입한 채 요리하는 모습 등을 담은 이 영상은 미미옥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발행된다.
미미다이닝 행사 현장 및 슬랙에 공유된 기획 담당 팀원의 후기_출처 : 미미옥
재료 준비부터 영상팀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박 대표는 미미다이닝 같은 경험들이 팀원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기획한 아이디어로 즐거워하는 손님들을 보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팀에 대한 소속감을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주방에서만 계속 요리하다 보면
자부심을 느낄 기회가 많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열심히 하자고
말하는 건 효과가 없습니다.
열심히 하고 싶을 만한 계기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해요."
_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사원증과 협업용 앱을 지원하고, 의사결정 및 면담 진행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팀원들의 생각을 충분히 듣고, 팀원들을 위한 영상팀까지 운영하며 커뮤니티를 강화해 온 박 대표. 인터뷰가 끝날 때쯤 넌지시 물었다. 한편으론 이런 활동이 시간 및 비용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되지 않냐고.
박 대표는 "비용과 시간이 드는 탓에 단기적으로는 손해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답했다. 소속감과 성장 의지를 바탕으로 한 팀원들과의 커뮤니티는 최상의 고객 서비스로 연결되고, 이는 곧 손님들과의 커뮤니티를 쌓는 데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가 기획자로서 강조하는 'F&C 완성'에 필요한 선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는 앞으로도 조직문화를 점검 및 보완하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견고해지는 팀원들과의 커뮤니티가 꾸준히 미미옥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줄 하나의 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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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아티클은 네이버인터비즈X브랜더쿠와 함께 제작했습니다.
제작 이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