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UE 🗞️
브랜드 시그니처의 중요성
지난 외식업은 치열한 경쟁이었다. 상향 평준화된 메뉴와 인테리어로 새롭고 신선한 자극적인 것들이 주요하게 먹혔던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계속된 새로움과 과열된 마케팅 콘텐츠에 피로를 느낀 소비자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것 자체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들이 있다. 외식업 경쟁 과열과 상향 평준화에서도 사랑받는 업장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2025년 외식 매장을 운영하고 기획하는 관점에서 각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중요한 키워드로 잡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브랜드를 상징하는 것들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번 파트는 '브랜드의 시그니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탐구해본다
WHAT MATTERS ⁉
골목상권의 경쟁력은 외식업의 어떤 영향을 끼쳤나?
2024년 9월, 서울 성수동이 영국의 여행·문화 정보 잡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에 올랐다. 이 매체는 해마다 전 세계 흩어진 현장 전문가 네트워크 의견을 종합해 낸 순위라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이는 성수동이 서울을 넘어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가 되었음을 상징한다. 서울은 이제 단순히 도시가 아니다. 성수, 용산, 종로, 을지로, 강남 등 특색 있고 매력적인 골목상권을 포함한 연합 도시다. 관광객들에게 더 이상 서울은 하루 이틀 만에 쓱 둘러보고 마는 그런 관광지가 아니다. 하나의 골목상권에도 각각 특색과 매력이 잘 녹아 있는 콘텐츠들이 즐비한 매력적인 곳이다. 작은 세계가 모여 있는 ‘용산’, 힙하고 핫한 패션의 메카 ‘성수’, 한국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종로’, OLD&NEW 빈티지하고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을지로’ 등 각 지역의 골목과 상권 자체가 상징하는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고객들이 각 지역에 기대하는 콘텐츠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골목의 콘텐츠라 함은 결국 매장, 그중에서도 외식매장의 역할이 그 상권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고객은 왜 우리 매장을 찾아올까?
각 지역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취향이 뚜렷해졌다. 그에 따라 고객들이 우리 매장을 방문하는 여정이 변화되었는데, 용산 맛집, 성수 빵집, 홍대 레스토랑 등 같은 두루뭉실한 키워드보다는 더욱 해당 상권과 골목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나 메뉴의 키워드를 구체적으로 검색한다. 이러한 고객 여정의 변화는 우리 지역 상권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메뉴와 아이템이 더욱 중요해진 환경을 의미한다. 성수동 하면 떠오르는 소문난 감자탕은 성수동의 상징이 되었고, 단순 빵집보다는 소금빵, 베이글과 같이 더욱 뚜렷하고 구체적으로 브랜드의 상징을 잘 표현한 곳에 소비자들은 반응을 보였다. 하나의 메뉴 카테고리에 집중해 식당과 브랜드를 만드는 지금의 추세가 우연은 아닌 것이다.


실제로 최근 흥행한 베이커리 브랜드들도 시그니처 아이템에 집중한 것을 볼 수 있다. 크로아상을 중심으로 메뉴를 전개한 테디뵈르하우스, 레인리포트 크로아상 베이글을 중심으로 전개한 런던베이글, 코끼리베이글 소금빵을 중심으로 전개한 자연도소금빵, 아티스트베이커리가 있다. 이렇듯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베이커리/카페들은 구체적인 카테고리를 통해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고 그것을 상권의 매력에 맞게 잘 포지셔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음식점은 어떨까? 외식업 상향평준화와 마케팅 과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업종은 고깃집이다. 과거 좋은 고기를 선별하고 손질하는 기술 그자체가 경쟁력이었던 시장에서 지금은 누구나 쉽게 좋은 고기를 확보할 수 있는 상향평준화 시장이 되었다. 고깃집에 고기 원물 자체의 경쟁력이 사라지면서 가게 고유의 시그니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고깃집, 시그니처의 역할
고깃집 역시 매장의 상징적인 메뉴를 만드는 것에 상당히 힘을 주고 있다. 고깃집의 대표 메뉴는 결국 고기다. 그렇기에 부위에 다른 이름을 붙이거나 조합해 우리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고 있다. 소고기 전문점 우상화로구이의 ‘참진살’은 소의 갈비 중 6~8번대의 눈꽃 부위에서 얻어지는 고급부위라는 것을 살려 붙인 이름이다. 재밌는 것은 삼각지역 몽탄의 ‘우대갈비’, ‘꽃갈비’ 역시 소의 6~8번대 갈비를 사용한 메뉴라는 것이다. 같은 부위임에도 정형 방법과 손질 방법을 다르게 만들어 각 매장의 시그니처 메뉴로 활용하고 있다. 숙성돼지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숙성도는 960 숙성 뼈등심, 720 숙성 삼겹살, 560 통항정살 등 숙성한 시간을 앞에 붙여 장기간 숙성을 통한 메뉴라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 이처럼 다른 브랜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우리 브랜드만의 특별한 상징,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또한, 우리 브랜드의 특별한 메뉴를 만드는 것 외에 주력으로 밀고 있는 시그니처 부위가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목살이 유명한 ‘꿉당’, 항정살, 가브리살이 유명한 남영돈, 갈매기살이 유명한 ‘돈그리아’ 등 각 매장의 대표 부위를 통해 더욱 효과적이고 차별적인 마케팅 효과를 받을 수 있다.

INSIGHT💡
고객들의 가게를 찾아오기까지의 여정이 변화했다. 맛집, 빵집, 레스토랑과 같은 두루뭉실한 키워드 대신 소금빵, 베이글, 크로와상과 같이 구체적인 카테고리를 검색하며,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아닌 해당 브랜드와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와 부위를 중심으로 고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메뉴의 시그니처를 만들고 활용할 때는 어떤 것들을 생각해야 할까?
시그니처는 꼭 특별해야할까?
시그니처 메뉴를 특별함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시그니처는 그 매장과 브랜드를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상징이다. 시그니처 메뉴를 만든다고 평소에 쓰지도 않는 식재료나 브랜드의 감도에 맞지 않는 메뉴명을 짓는 것은 시그니처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2024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산청숯불가든의 ‘고초장구이’가 브랜드에 맞는 메뉴 이름의 좋은 예이다. 고추장의 옛말인 고초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산청숯불가든이 주고 싶었던 브랜드 이미지는 향토적인 느낌을 더욱 와닿게 하며,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상징성도 부여한다.
콘텐츠의 재료로 활용되는 시그니처
최근 SNS 시장의 과열이 지속되며 메시지 자체보다는 신뢰감 있는 메신저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진다. 콘텐츠 자체보다는 콘텐츠를 올리는 채널, 인플루언서, 플랫폼이 더욱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다. 매장과 브랜드가 직접 생산하는 콘텐츠가 아닌, 가게를 방문한 고객들이 만든 2차 콘텐츠를 유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에 단순히 멋지고 화려한 것을 기준으로 두면 안 된다. 고객들이 자주 찍는 상황과 장면을 미리 생각하고 그곳에 우리만의 차별점을 드러내야 한다. 고깃집을 예로 들면 고깃집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는 것은 당연히 고기가 구워지는 장면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깃집들은 그 구워지는 장면에서 차별성을 띄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브랜드 매장만의 상징적인 시그니처 불판을 사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세광그린푸드의 석암생소금구이의 검은색 돌불판은 그 어떤 고깃집과도 겹치지 않는 독자적인 불판을 직접 제작하여 자연스럽게 2차 콘텐츠를 유도하고 있다. 용리단길의 남도돼지촌도 직접 제작한 불판과 브랜드 컨셉에 맞춰 나무 소쿠리에 고기를 서비스하여 2차 콘텐츠를 유도하는 좋은 사례이다. 이처럼 고객들의 시선을 따라 2차 콘텐츠를 유도할 수 있는 상황과 장치를 우리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만들어 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 가게를 기준이 아니라 우리 상권을 기준으로 메뉴와 공간의 시그니처를 설계한다.
시그니처의 역할이 확장된 핵심은 캐릭터와 고유의 매력이 강조되는 상권의 발달이다.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고객들은 우리 가게 한 곳의 경험만을 소비하러 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날 하루의 해당 상권에서의 경험을 목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즉, 가게 하나가 아닌 상권 전체를 기준으로 시그니처를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성수는 그 지역 전체가 전시장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팝업과 행사를 진행하는 다이나믹한 상권이다. 그래서 성수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팝업과 힙하고 멋진 패션 브랜드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온다. 이는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감성을 즐기는 것보다, 한 손에 음료나 디저트 등을 들고 다니면서 먹는 테이크아웃 매장의 시그니처 메뉴들이 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정선의 과일찹쌀떡, 뉴믹스커피의 테이크아웃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자연도소금빵의 소금빵이 테이크아웃 매장임에도 긴 웨이팅을 하는 이유이다.

외식업에는 메뉴 엔지니어링이라는 메뉴 분석 툴이 존재한다. 가게의 메뉴 구성을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메뉴를 구분하는 기법인데, 이러한 메뉴 분석의 범위를 우리 매장의 메뉴가 아닌 상권이라는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우리 가게의 메뉴 자체를 소비하지 않는다. 상권 전체를 메뉴판으로 생각하고 각 매장과 브랜드의 시그니처 장치를 메뉴로 인지하고 선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상권을 기준으로 다른 곳과 차별적인 역할을 하는 시그니처 메뉴와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고객들의 시선과 동선을 생각하여 우리 브랜드와 매장이 전략적으로 차지하기 좋은 위치를 찾고, 그것을 정확히 명중시키는 시그니처를 만들어보길 권한다.
글 : 김대영
사진 : 김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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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시그니처의 중요성
지난 외식업은 치열한 경쟁이었다. 상향 평준화된 메뉴와 인테리어로 새롭고 신선한 자극적인 것들이 주요하게 먹혔던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계속된 새로움과 과열된 마케팅 콘텐츠에 피로를 느낀 소비자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것 자체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들이 있다. 외식업 경쟁 과열과 상향 평준화에서도 사랑받는 업장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2025년 외식 매장을 운영하고 기획하는 관점에서 각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중요한 키워드로 잡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브랜드를 상징하는 것들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번 파트는 '브랜드의 시그니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탐구해본다
WHAT MATTERS ⁉
골목상권의 경쟁력은 외식업의 어떤 영향을 끼쳤나?
2024년 9월, 서울 성수동이 영국의 여행·문화 정보 잡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에 올랐다. 이 매체는 해마다 전 세계 흩어진 현장 전문가 네트워크 의견을 종합해 낸 순위라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이는 성수동이 서울을 넘어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가 되었음을 상징한다. 서울은 이제 단순히 도시가 아니다. 성수, 용산, 종로, 을지로, 강남 등 특색 있고 매력적인 골목상권을 포함한 연합 도시다. 관광객들에게 더 이상 서울은 하루 이틀 만에 쓱 둘러보고 마는 그런 관광지가 아니다. 하나의 골목상권에도 각각 특색과 매력이 잘 녹아 있는 콘텐츠들이 즐비한 매력적인 곳이다. 작은 세계가 모여 있는 ‘용산’, 힙하고 핫한 패션의 메카 ‘성수’, 한국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종로’, OLD&NEW 빈티지하고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을지로’ 등 각 지역의 골목과 상권 자체가 상징하는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고객들이 각 지역에 기대하는 콘텐츠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골목의 콘텐츠라 함은 결국 매장, 그중에서도 외식매장의 역할이 그 상권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고객은 왜 우리 매장을 찾아올까?

각 지역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취향이 뚜렷해졌다. 그에 따라 고객들이 우리 매장을 방문하는 여정이 변화되었는데, 용산 맛집, 성수 빵집, 홍대 레스토랑 등 같은 두루뭉실한 키워드보다는 더욱 해당 상권과 골목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나 메뉴의 키워드를 구체적으로 검색한다. 이러한 고객 여정의 변화는 우리 지역 상권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메뉴와 아이템이 더욱 중요해진 환경을 의미한다. 성수동 하면 떠오르는 소문난 감자탕은 성수동의 상징이 되었고, 단순 빵집보다는 소금빵, 베이글과 같이 더욱 뚜렷하고 구체적으로 브랜드의 상징을 잘 표현한 곳에 소비자들은 반응을 보였다. 하나의 메뉴 카테고리에 집중해 식당과 브랜드를 만드는 지금의 추세가 우연은 아닌 것이다.
실제로 최근 흥행한 베이커리 브랜드들도 시그니처 아이템에 집중한 것을 볼 수 있다. 크로아상을 중심으로 메뉴를 전개한 테디뵈르하우스, 레인리포트 크로아상 베이글을 중심으로 전개한 런던베이글, 코끼리베이글 소금빵을 중심으로 전개한 자연도소금빵, 아티스트베이커리가 있다. 이렇듯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베이커리/카페들은 구체적인 카테고리를 통해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고 그것을 상권의 매력에 맞게 잘 포지셔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음식점은 어떨까? 외식업 상향평준화와 마케팅 과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업종은 고깃집이다. 과거 좋은 고기를 선별하고 손질하는 기술 그자체가 경쟁력이었던 시장에서 지금은 누구나 쉽게 좋은 고기를 확보할 수 있는 상향평준화 시장이 되었다. 고깃집에 고기 원물 자체의 경쟁력이 사라지면서 가게 고유의 시그니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고깃집, 시그니처의 역할
고깃집 역시 매장의 상징적인 메뉴를 만드는 것에 상당히 힘을 주고 있다. 고깃집의 대표 메뉴는 결국 고기다. 그렇기에 부위에 다른 이름을 붙이거나 조합해 우리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고 있다. 소고기 전문점 우상화로구이의 ‘참진살’은 소의 갈비 중 6~8번대의 눈꽃 부위에서 얻어지는 고급부위라는 것을 살려 붙인 이름이다. 재밌는 것은 삼각지역 몽탄의 ‘우대갈비’, ‘꽃갈비’ 역시 소의 6~8번대 갈비를 사용한 메뉴라는 것이다. 같은 부위임에도 정형 방법과 손질 방법을 다르게 만들어 각 매장의 시그니처 메뉴로 활용하고 있다. 숙성돼지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숙성도는 960 숙성 뼈등심, 720 숙성 삼겹살, 560 통항정살 등 숙성한 시간을 앞에 붙여 장기간 숙성을 통한 메뉴라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 이처럼 다른 브랜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우리 브랜드만의 특별한 상징,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또한, 우리 브랜드의 특별한 메뉴를 만드는 것 외에 주력으로 밀고 있는 시그니처 부위가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목살이 유명한 ‘꿉당’, 항정살, 가브리살이 유명한 남영돈, 갈매기살이 유명한 ‘돈그리아’ 등 각 매장의 대표 부위를 통해 더욱 효과적이고 차별적인 마케팅 효과를 받을 수 있다.
INSIGHT💡
고객들의 가게를 찾아오기까지의 여정이 변화했다. 맛집, 빵집, 레스토랑과 같은 두루뭉실한 키워드 대신 소금빵, 베이글, 크로와상과 같이 구체적인 카테고리를 검색하며,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아닌 해당 브랜드와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와 부위를 중심으로 고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메뉴의 시그니처를 만들고 활용할 때는 어떤 것들을 생각해야 할까?
시그니처는 꼭 특별해야할까?
시그니처 메뉴를 특별함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시그니처는 그 매장과 브랜드를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상징이다. 시그니처 메뉴를 만든다고 평소에 쓰지도 않는 식재료나 브랜드의 감도에 맞지 않는 메뉴명을 짓는 것은 시그니처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2024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산청숯불가든의 ‘고초장구이’가 브랜드에 맞는 메뉴 이름의 좋은 예이다. 고추장의 옛말인 고초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산청숯불가든이 주고 싶었던 브랜드 이미지는 향토적인 느낌을 더욱 와닿게 하며,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상징성도 부여한다.
콘텐츠의 재료로 활용되는 시그니처
최근 SNS 시장의 과열이 지속되며 메시지 자체보다는 신뢰감 있는 메신저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진다. 콘텐츠 자체보다는 콘텐츠를 올리는 채널, 인플루언서, 플랫폼이 더욱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다. 매장과 브랜드가 직접 생산하는 콘텐츠가 아닌, 가게를 방문한 고객들이 만든 2차 콘텐츠를 유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에 단순히 멋지고 화려한 것을 기준으로 두면 안 된다. 고객들이 자주 찍는 상황과 장면을 미리 생각하고 그곳에 우리만의 차별점을 드러내야 한다. 고깃집을 예로 들면 고깃집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는 것은 당연히 고기가 구워지는 장면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깃집들은 그 구워지는 장면에서 차별성을 띄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브랜드 매장만의 상징적인 시그니처 불판을 사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세광그린푸드의 석암생소금구이의 검은색 돌불판은 그 어떤 고깃집과도 겹치지 않는 독자적인 불판을 직접 제작하여 자연스럽게 2차 콘텐츠를 유도하고 있다. 용리단길의 남도돼지촌도 직접 제작한 불판과 브랜드 컨셉에 맞춰 나무 소쿠리에 고기를 서비스하여 2차 콘텐츠를 유도하는 좋은 사례이다. 이처럼 고객들의 시선을 따라 2차 콘텐츠를 유도할 수 있는 상황과 장치를 우리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만들어 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 가게를 기준이 아니라 우리 상권을 기준으로 메뉴와 공간의 시그니처를 설계한다.
시그니처의 역할이 확장된 핵심은 캐릭터와 고유의 매력이 강조되는 상권의 발달이다.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고객들은 우리 가게 한 곳의 경험만을 소비하러 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날 하루의 해당 상권에서의 경험을 목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즉, 가게 하나가 아닌 상권 전체를 기준으로 시그니처를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성수는 그 지역 전체가 전시장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팝업과 행사를 진행하는 다이나믹한 상권이다. 그래서 성수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팝업과 힙하고 멋진 패션 브랜드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온다. 이는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감성을 즐기는 것보다, 한 손에 음료나 디저트 등을 들고 다니면서 먹는 테이크아웃 매장의 시그니처 메뉴들이 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정선의 과일찹쌀떡, 뉴믹스커피의 테이크아웃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자연도소금빵의 소금빵이 테이크아웃 매장임에도 긴 웨이팅을 하는 이유이다.
외식업에는 메뉴 엔지니어링이라는 메뉴 분석 툴이 존재한다. 가게의 메뉴 구성을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메뉴를 구분하는 기법인데, 이러한 메뉴 분석의 범위를 우리 매장의 메뉴가 아닌 상권이라는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우리 가게의 메뉴 자체를 소비하지 않는다. 상권 전체를 메뉴판으로 생각하고 각 매장과 브랜드의 시그니처 장치를 메뉴로 인지하고 선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상권을 기준으로 다른 곳과 차별적인 역할을 하는 시그니처 메뉴와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고객들의 시선과 동선을 생각하여 우리 브랜드와 매장이 전략적으로 차지하기 좋은 위치를 찾고, 그것을 정확히 명중시키는 시그니처를 만들어보길 권한다.
글 : 김대영
사진 : 김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