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INT
외식업 창업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경영적 실수
✅ 경영의 본질: 실행보다 중요한 전략과 기획
✅ 외식업 불경기, 기세와 데이터로 돌파하라
✅ 객관적 시선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하기
신성철 대표 소개
- 미쉐린 빕구르망 '정육면체' 기획 및 개발
- 오뚜기 브랜드관 프로젝트 참여
- 최근 2년간 10여개의 브랜드 개발 기획 및 참여
신성철 대표는 F&B 비즈니스의 사업 기획 전문가로, 창업자와 기업이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핵심 업무는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브랜드 개발, 점포 기획, 콘텐츠 및 사업 계획 수립 등 F&B 창업과 운영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그는 단순한 컨설팅을 넘어, 사업 오픈 과정 전반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한다. 창업자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시간과 자원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루즈앤쩅’을 설립하여, 여유 있는 경영 (루즈)을 위한 선명한 기획 (쨍)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체계적 접근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F&B 비즈니스의 전체적인 기획과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절차와 단계를 설정하고 돕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타당성 검토부터 콘텐츠 개발, 점포 개발, 브랜드 개발 등 외식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민하며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외식 창업의 '페이스메이커'처럼 느껴지는데요?
네, 맞아요. 일종의 스케줄러이자 솔루션 제공자의 역할을 하고 있죠. 저는 외식 창업을 하시는 분들의 업(業)에 대한 진정성의 밀도가 규모 있는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외식업은 비교적 소규모 비즈니스인 경우가 많다 보니, 다양한 이해관계 없이 개인의 의사결정만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사업을 정의하고, 누군가를 설득할 필요성을 점점 느끼지 못하게 되죠. 그런데 그럴수록 '내가 왜 이 사업을 하고 있지?'라는 고민이 들기도 해요. 심지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분들도 그런 고민을 많이 하시죠.
그래서 외식 사업에서는 기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사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사업을 통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내 주변 사람들과 어떤 가치를 나누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맞아요. 대부분의 외식 창업자들이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방향을 잃고 길을 잃기도 하는 것 같아요.
네, 그래서 저는 컨설팅을 할 때 가장 먼저 '글쓰기'를 권장합니다. 자신의 성장 배경부터 어떤 일을 해왔는지, 그리고 왜 이 사업을 하고 싶은지를 직접 써보도록 하는 거죠.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거든요. 저도 직접 창업하고 운영하면서 이 과정이 너무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그래서 초기에 반드시 이런 활동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군요.
그렇다면 외식업에서 기획이 왜 중요할까요?
우선 '외식업'이라는 단어를 보면 '외식'과 '업'이 합쳐진 말이잖아요. 즉, 결국 외식 사업이죠. 그런데 우리가 좋은 외식업에 대해 평가할 때 콘셉트, 콘텐츠, 디자인, 맛 등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이 요소들은 모두 '결과'입니다. 저는 사업이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시작하는 시간이 있으면 수정하고 보완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성과가 나오는 시간도 따로 있죠. 사업은 단순히 훌륭한 결과물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기획이란 곧 계획을 세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업은 결과를 위한 과정이군요. 핵심적인 포인트네요.
맞아요. 사업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했다"는 결과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등산과 비슷해요. 내가 언제, 어떤 산을 오를 것인지, 날씨는 어떨지, 누구와 함께 갈 것인지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등산을 잘하는 방법이듯이, 외식 기획도 결국 사업을 얼마나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하는지에 대한 과정입니다. 내가 원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재무적인 준비는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팀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고객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등을 전체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바로 외식 기획이죠. 하지만 많은 외식 사업가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먹는다'는 행위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 보니 "사업을 어떻게 준비할까?"보다는 "어떻게 맛있고 예쁘게 만들까?"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요즘 외식 시장의 상황을 보면, 순간적인 성공보다는 장기적인 경영 관점에서의 사업 준비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기획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그런데 '기획'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져요.
맞아요. 기획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게 들릴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많은 분들이 놓치는 2가지를 말씀드려볼게요.
첫째, '내가 왜 사업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해봐야 해요. 많은 분들이 이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제가 현장에서 만나 본 분들이나 컨설팅을 진행할 때 보면, 의외로 이 질문을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둘째, 상권 분석입니다. 많은 외식 사업가들은 실패의 원인을 서비스나 메뉴, 브랜드, 콘텐츠에서 찾지만, 저는 상권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상권은 곧 고객이고, 외식 사업은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고객은 매출로 우리와 소통하고, 우리는 서비스와 콘텐츠로 고객에게 답하는 구조예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자신의 생각을 사업에 투영하려 하면서, 고객 입장에서 생각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제가 관악산을 좋아하는데, 등산 입구에 작은 식당들이 모여 있어요. 그곳에서 파는 은박지에 싼 김밥이 있는데, 등산하면서 먹기 딱 좋죠. 그런데 사실 그 김밥이 엄청 맛있는 것도 아니고, 브랜드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산에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고 소중해요. 그런데 만약 그 김밥을 강남역 사거리에서 저녁 시간대에 팔면 어떨까요? 팔릴까요? 아마 잘 팔리지 않겠죠. 이게 바로 상권의 개념이에요. 내가 있는 상권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외식 기획에서 이 부분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철저한 상권 분석이 필요하고요. 기획이 어렵고 복잡한 개념이 아니라, 더 단단하고 구체적인 준비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상권 분석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지는데요."
"그렇다면 질문 하나 해볼게요. 외식 사업을 하는 분들은 상권 분석을 언제 할까요?"
"아마도 창업할 때 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대부분 창업할 때 상권 분석을 하죠. 그런데 문제는 창업 이후에는 상권 분석을 멈춘다는 거예요. 창업을 할 때 상권을 고려하는 건 당연히 중요하지만, 막상 창업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상권은 고정된 '공간'자체가 아니라, 고객이 모이는 '흐름'입니다. 고객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생각도 바뀌어요. 그렇기 때문에 상권도 계속 변하죠. 예를 들어 2010년의 신사동 가로수길과 2025년의 가로수길이 동일할까요? 분명 많은 변화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상권 분석을 단순히 정답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어렵지만, 이를 유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업을 위한 상권 분석이 아니라, 경영을 위한 상권분석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경영을 위한 상권 분석' 이라는 말이 와닿네요.
여기서, 경영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우리가 축구를 보면 감독이 직접 뛰지는 않잖아요. 외식업에서의 경영도 어쩌면 선수보다 감독의 역할에 더 가깝습니다. 경기를 어떤 전략과 전술로 이끌어 갈지 계획을 세우고, 어떤 선수를 기용해야 성공 확률이 높을지 판단하는 일이죠.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이 열심히 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외식업에서도 경영의 본질은 직접 현장에서 뛰기보다 전체를 조율하고 관리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외식업 창업자들이 경영의 관점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감독과 선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선수로서의 준비도 중요하지만, 사업가의 입장에서는 감독의 시각으로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게 필수적입니다. 기획하고, 실행하며, 수정·보완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외식업을 하시는 분들이 '선수의 관점'에서 '감독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맞아요. 셰프들이 창업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선수와 감독의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네, 맞습니다. 영역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죠. 물론 두 영역을 모두 잘하는 분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한쪽에 결핍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결핍을 해결하지 않은 채 사업을 계속하면, 장사가 잘되더라도 피로감이 쌓이고 결국 지치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왜 외식업을 시작했지?"라는 후회를 하게 되기도 하죠. 하지만 경영과 실행의 영역을 잘 구분하고, 각 역할에서 보람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손님이 흘린 것을 닦는 일도 의미 있게 느껴지고, 직원을 감독의 입장에서 육성하는 과정도 즐길 수 있는 거죠. 반대로, 관점이 계속 선수에 머무르면 모든 일이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외식업 불경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요즘 외식업 불경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정말 안 좋습니다. 특히 기존에 잘되던 매장조차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성적으로 해결책을 떠올리기보다는 마음부터 무거워지네요.
지금 같은 시기에는 특별한 해법보다 '기세'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사업이라는 게 이 '기세'에 크게 좌우되거든요.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잘하고 싶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게 정말 필요합니다. 사업은 항상 좋을 수만은 없어요. 언제나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현재의 어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경영적인 관점에서 조언을 드리자면, 지금은 조금 더 냉정하게 사업을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우선 매장의 손익 지표를 철저히 정리해 보세요.
월별 매출은 얼마인지,
인건비는 얼마나 투입되는지,
원가는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이렇게 1년 12개월의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하고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더 잘해 보자는 차원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 과정이에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 매장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경영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목표를 세우고, 데이터를 기준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에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돌팔이 의사에게 치료받는 것과 다를 바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사업은 100% 성공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시작할 때부터 무조건 이길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잖아요.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환경이나 타인을 탓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항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 저는 이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인터뷰 진행 : 김대영, 박진혁
사진촬영 : 김대영
POINT
외식업 창업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경영적 실수
✅ 경영의 본질: 실행보다 중요한 전략과 기획
✅ 외식업 불경기, 기세와 데이터로 돌파하라
✅ 객관적 시선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하기
안녕하세요,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F&B 비즈니스의 전체적인 기획과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절차와 단계를 설정하고 돕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타당성 검토부터 콘텐츠 개발, 점포 개발, 브랜드 개발 등 외식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민하며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외식 창업의 '페이스메이커'처럼 느껴지는데요?
네, 맞아요. 일종의 스케줄러이자 솔루션 제공자의 역할을 하고 있죠. 저는 외식 창업을 하시는 분들의 업(業)에 대한 진정성의 밀도가 규모 있는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외식업은 비교적 소규모 비즈니스인 경우가 많다 보니, 다양한 이해관계 없이 개인의 의사결정만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사업을 정의하고, 누군가를 설득할 필요성을 점점 느끼지 못하게 되죠. 그런데 그럴수록 '내가 왜 이 사업을 하고 있지?'라는 고민이 들기도 해요. 심지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분들도 그런 고민을 많이 하시죠.
그래서 외식 사업에서는 기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사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사업을 통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내 주변 사람들과 어떤 가치를 나누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맞아요. 대부분의 외식 창업자들이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방향을 잃고 길을 잃기도 하는 것 같아요.
네, 그래서 저는 컨설팅을 할 때 가장 먼저 '글쓰기'를 권장합니다. 자신의 성장 배경부터 어떤 일을 해왔는지, 그리고 왜 이 사업을 하고 싶은지를 직접 써보도록 하는 거죠.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거든요. 저도 직접 창업하고 운영하면서 이 과정이 너무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그래서 초기에 반드시 이런 활동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군요.
그렇다면 외식업에서 기획이 왜 중요할까요?
우선 '외식업'이라는 단어를 보면 '외식'과 '업'이 합쳐진 말이잖아요. 즉, 결국 외식 사업이죠. 그런데 우리가 좋은 외식업에 대해 평가할 때 콘셉트, 콘텐츠, 디자인, 맛 등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이 요소들은 모두 '결과'입니다. 저는 사업이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시작하는 시간이 있으면 수정하고 보완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성과가 나오는 시간도 따로 있죠. 사업은 단순히 훌륭한 결과물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기획이란 곧 계획을 세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업은 결과를 위한 과정이군요. 핵심적인 포인트네요.
맞아요. 사업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했다"는 결과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등산과 비슷해요. 내가 언제, 어떤 산을 오를 것인지, 날씨는 어떨지, 누구와 함께 갈 것인지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등산을 잘하는 방법이듯이, 외식 기획도 결국 사업을 얼마나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하는지에 대한 과정입니다. 내가 원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재무적인 준비는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팀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고객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등을 전체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바로 외식 기획이죠. 하지만 많은 외식 사업가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먹는다'는 행위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 보니 "사업을 어떻게 준비할까?"보다는 "어떻게 맛있고 예쁘게 만들까?"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요즘 외식 시장의 상황을 보면, 순간적인 성공보다는 장기적인 경영 관점에서의 사업 준비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기획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그런데 '기획'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져요.
맞아요. 기획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게 들릴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많은 분들이 놓치는 2가지를 말씀드려볼게요.
첫째, '내가 왜 사업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해봐야 해요. 많은 분들이 이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제가 현장에서 만나 본 분들이나 컨설팅을 진행할 때 보면, 의외로 이 질문을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둘째, 상권 분석입니다. 많은 외식 사업가들은 실패의 원인을 서비스나 메뉴, 브랜드, 콘텐츠에서 찾지만, 저는 상권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상권은 곧 고객이고, 외식 사업은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고객은 매출로 우리와 소통하고, 우리는 서비스와 콘텐츠로 고객에게 답하는 구조예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자신의 생각을 사업에 투영하려 하면서, 고객 입장에서 생각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제가 관악산을 좋아하는데, 등산 입구에 작은 식당들이 모여 있어요. 그곳에서 파는 은박지에 싼 김밥이 있는데, 등산하면서 먹기 딱 좋죠. 그런데 사실 그 김밥이 엄청 맛있는 것도 아니고, 브랜드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산에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고 소중해요. 그런데 만약 그 김밥을 강남역 사거리에서 저녁 시간대에 팔면 어떨까요? 팔릴까요? 아마 잘 팔리지 않겠죠. 이게 바로 상권의 개념이에요. 내가 있는 상권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외식 기획에서 이 부분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철저한 상권 분석이 필요하고요. 기획이 어렵고 복잡한 개념이 아니라, 더 단단하고 구체적인 준비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상권 분석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지는데요."
"그렇다면 질문 하나 해볼게요. 외식 사업을 하는 분들은 상권 분석을 언제 할까요?"
"아마도 창업할 때 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대부분 창업할 때 상권 분석을 하죠. 그런데 문제는 창업 이후에는 상권 분석을 멈춘다는 거예요. 창업을 할 때 상권을 고려하는 건 당연히 중요하지만, 막상 창업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상권은 고정된 '공간'자체가 아니라, 고객이 모이는 '흐름'입니다. 고객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생각도 바뀌어요. 그렇기 때문에 상권도 계속 변하죠. 예를 들어 2010년의 신사동 가로수길과 2025년의 가로수길이 동일할까요? 분명 많은 변화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상권 분석을 단순히 정답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어렵지만, 이를 유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업을 위한 상권 분석이 아니라, 경영을 위한 상권분석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경영을 위한 상권 분석' 이라는 말이 와닿네요.
여기서, 경영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우리가 축구를 보면 감독이 직접 뛰지는 않잖아요. 외식업에서의 경영도 어쩌면 선수보다 감독의 역할에 더 가깝습니다. 경기를 어떤 전략과 전술로 이끌어 갈지 계획을 세우고, 어떤 선수를 기용해야 성공 확률이 높을지 판단하는 일이죠.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이 열심히 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외식업에서도 경영의 본질은 직접 현장에서 뛰기보다 전체를 조율하고 관리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외식업 창업자들이 경영의 관점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감독과 선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선수로서의 준비도 중요하지만, 사업가의 입장에서는 감독의 시각으로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게 필수적입니다. 기획하고, 실행하며, 수정·보완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외식업을 하시는 분들이 '선수의 관점'에서 '감독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맞아요. 셰프들이 창업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선수와 감독의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네, 맞습니다. 영역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죠. 물론 두 영역을 모두 잘하는 분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한쪽에 결핍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결핍을 해결하지 않은 채 사업을 계속하면, 장사가 잘되더라도 피로감이 쌓이고 결국 지치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왜 외식업을 시작했지?"라는 후회를 하게 되기도 하죠. 하지만 경영과 실행의 영역을 잘 구분하고, 각 역할에서 보람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손님이 흘린 것을 닦는 일도 의미 있게 느껴지고, 직원을 감독의 입장에서 육성하는 과정도 즐길 수 있는 거죠. 반대로, 관점이 계속 선수에 머무르면 모든 일이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외식업 불경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요즘 외식업 불경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정말 안 좋습니다. 특히 기존에 잘되던 매장조차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성적으로 해결책을 떠올리기보다는 마음부터 무거워지네요.
지금 같은 시기에는 특별한 해법보다 '기세'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사업이라는 게 이 '기세'에 크게 좌우되거든요.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잘하고 싶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게 정말 필요합니다. 사업은 항상 좋을 수만은 없어요. 언제나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현재의 어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경영적인 관점에서 조언을 드리자면, 지금은 조금 더 냉정하게 사업을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우선 매장의 손익 지표를 철저히 정리해 보세요.
월별 매출은 얼마인지,
인건비는 얼마나 투입되는지,
원가는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이렇게 1년 12개월의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하고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더 잘해 보자는 차원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 과정이에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 매장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경영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목표를 세우고, 데이터를 기준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에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돌팔이 의사에게 치료받는 것과 다를 바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사업은 100% 성공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시작할 때부터 무조건 이길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잖아요.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환경이나 타인을 탓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항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 저는 이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인터뷰 진행 : 김대영, 박진혁
사진촬영 : 김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