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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인사이트 칼럼 Vol.3] 아직도 중식하면 짜장면만 떠올라? 짜장면에서 마라 열풍까지: 중식당 세분화의 끝은 어디인가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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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한그릇이 외식의 대명사이던 시절이 있었다. 집에서 늘상 밥, 찌개, 반찬 등 ‘집밥’을 매 끼 먹다가 바삭바삭한 탕수육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듬뿍 부어 먹고, 기름기가 반짝반짝대는 짜장면을 신나게 비벼 먹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던 시절이 불과 몇십 년 전이다. 그 당시 중식이라고 하면, 짜장면과 탕수육을 중심으로 하는 전형적인 한국식 중국집이 아니면, 호텔에서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 고급스러운 호텔 중식당의 두 유형의 중식당만 떠올랐다.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속 배우 한예슬이 짜장면을 먹는 장면. 출처 MBC drama 유튜브 채널


외식시장이 한창 성숙해가던 90년대를 기점으로 미국식 중식 메뉴를 제공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의 미국식 중식당이 등장하더니, 광동식 중식, 홍콩식 딤섬집 등 중식당의 유형이 점차 다양화되기 시작하였다.

2019년 외식시장의 주요트렌드 중 하나는 단연, 마라 음식점이었다. 언젠가부터 마라 전문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더니 가로수길 하나의 상권 내에만 해도 여러 개의 마라전문점이 들어 서있다. 산초 등 얼얼하고 매운 맛을 이용한 ‘마라’ 음식이 주를 이루는데, 얼얼한 느낌과 독특한 향은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매운 맛은 아니다.

사천음식전문점 시추안하우스의 마라탕. 출처 시추안하우스


십여년 전 ‘시추안하우스’가 마라탕을 중심으로 사천 전문메뉴들을 처음 선보였을 때, 중국집이라고 하면 으레 탕수육과 짜장면을 기대하고 들어온 당시 고객들은 생소한 메뉴들에 적응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당시 그렇게 외면 당했던(?) 사천음식이 조금씩 매니아 층을 중심으로 자리잡더니, 지금은 수많은 마라 전문 브랜드가 등장하고 마라 시장을 이루었다.

사천메뉴를 상징하는 붉은 고추. 출처 남민정


한국 음식하면 매운 맛을 떠올릴만큼 매운 음식이 많은 우리나라에 사천음식이 인기있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매운 음식은 중독성이 있고, 쾌감 호르몬을 분비시키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 작용이 있다고 한다. 불경기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매운 사천음식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세분화되는 중식당 콘셉트

이처럼 세부 지역을 중심으로 중식당들이 다양화되는가 싶더니, 몇 해 전부터는 업태, 즉 식당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


1930년대 상해식 모던 레스토랑

중식당인데 아주 세련된 라운지 바처럼 인테리어를 하고, 저녁에는 조명은 아주 어둡게 만들고 

노키즈로 해서 주류 판매를 증대시키려고 합니다.

몇 해전 모던눌랑이라는 상해식 모던 중식당을 개발한 썬앳푸드의 남수정 대표가 했던 이야기이다. 썬앳푸드는 십여전 시추안하우스를 통해 처음으로 마라 요리를 선보인 데에 이어, 또 다시 국내에 없던 새로운 형태로 중식당 시장에 도전했다.


국민음식 중국집인데 애들을 안 받는다고? 스패니쉬 레스토랑이나 프렌치 레스토랑이 그랬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중식이라고 하면, 무늬만 타국음식인 친근하고 익숙한 국민 음식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어둑한 바처럼 만든다니, 그 분위기가 어떨지 사뭇 궁금했다. 당시에는 호텔식의 고급스러운 파인다이닝 중식은 있었지만 어두운 바 같은 중식당은 생소했던 터였다.

상해식 모던 중식당 모던눌랑 전경과 바 섹션. 출처 모던눌랑


1930년대 상해의 현대적인 신여성들을 컨셉으로 한 모던눌랑은 당시, 세련된 인테리어, 디테일이 살아있는 식기류, 눈에 띄는 바, 다양한 주류 메뉴, 그리고 노키즈 시간 운영 등으로 실제로 기존의 중식당의 틀을 깨고 ‘어른들만을 위한 중식당’으로 운영되어, 분위기 좋고 술한잔 하기 좋은 사진 잘 나오는 중식당’으로 각인되었다. 가족단위 고객이 많은 지역이라 결국 노키즈 시간 운영은 폐지되어 어린이가 상시 출입할 수 있으나, 여전히 저녁 시간에는 다른 중식당에 비하면 어린이 손님이 드문 중식당이다.


홍콩식 실내포차

 

홍콩식 중식포차 한남소관. 출처 인사이트플랫폼


어른들만을 위한 중식주점의 형태는 사실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젊은 소비층을 타겟으로 하여 특정한 컨셉이 있거나, 힙한 분위기의 중식주점 시장이 생겨난 거라고 보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어두운 지하공간에 밀실처럼 자리잡고 있는 어둑한 사천전문 중식바 ‘레드문’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실내포장마차의 중식 버전인 홍콩식 실내포차 ‘한남소관’ 등은 전에 없던 이색적인 컨셉으로 2030 고객들에게 핫플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기류 속에서 유명 중식당 진진의 ‘진진야연’, 일일향의 ‘일일향 포차’ 등 일반 중식당 브랜드들도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중식 주점을 지향하는 세컨 브랜드를 별도로 개발하였다. 분명, 십년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형태의 중식당들이다. 예전에 홍콩 여행에서 방문했던 한 중식당이 상당히 어두웠는데 (당시 유아였던 우리집 큰 아이가 무섭다고 다리를 의자 밑으로 내려놓지 않았을 정도로 어두웠다), 당시만 해도 중식당의 그러한 어두움이 나 스스로 상당히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중식 시장이 다양화되는 이유

이제 식당은 단순히 음식 파는 곳이 아니라, 음식을 중심으로 외관, 인테리어, 조명, 음악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컨셉을 관통하며, 그 컨셉에 맞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어야 한다. 중식주점은 그저 단순히 ‘늦게까지 술을 파는 중식당’이 아니라, 홍콩 란콰이퐁의 자정을 경험할 수 있는 주점이어야 한다. 사천음식점은 무늬만 사천음식인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얼얼한 현지 마라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사천 지역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홍콩 란콰이퐁의 모습. 출처 홍콩관광청


산업이 발달하고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상품은 다양해지고 수많은 브랜드가 넘쳐나게 된다. 중식 외식시장은 세계 어느 지역이건 가장 먼저 자리잡고 시장이 발달하는 음식이다. 미국에서도 미국식 중식은 수십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에스닉푸드로 간주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적인 한국식 중국집은 에스닉 푸드가 아니지만, 사천식 중식, 딤섬전문점, 홍콩식 중식당으로 포지셔닝하는 순간 에스닉 레스토랑이 된다.


이처럼 중식당 외식시장이 다양화되는 이유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소비자들의 신기성 욕구 novelty seeking 때문이다. 에스닉푸드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이국적인’ 것이다. 새로움을 통해 적정한 자극을 받기 위해서 새로운 음식과 문화를 찾아서 방문하는 곳이 에스닉 레스토랑인 것이다. 즉, 탕수육, 짜장면, 짬뽕을 파는 한국식 중식당은 친숙함에 가까운 음식이지만, 입안이 얼얼해지는 이름 생소한 메뉴들이 있는 사천식 중식당이나 란콰이퐁의 분위기를 느끼며 밤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중식포차들은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재미를 주는 에스닉 레스토랑이 된다.


이제 중식당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세분화된 취향을 찾는다. 그렇다면, 다음의 특화 메뉴 혹은 특화 지역은 어디일까? 대중화되지 않은 에스닉푸드 중에서 어느 음식이 사천음식처럼 크게 두각을 나타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 남민정 인사이트플랫폼 대표

참고문헌:

- Hahm, S. P., & Khan, M. A. (2001). Changing food consumption patterns and their impact on the quick service restaurant industry. Journal of Restaurant & Foodservice Marketing, 4(3), 65-79.

- Mak, A. H., Lumbers, M., Eves, A., & Chang, R. C. (2012). Factors influencing tourist food consump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Hospitality Management, 31(3), 928-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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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2. 네이버비즈니스 기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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