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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인사이트 칼럼 Vol.4] 더 이상 한국식 베트남 쌀국수집을 예전처럼 선호하지 않는 이유

2019-12-30
조회수 3405

포호아, 포메인 등 과거의 쌀국수 체인점들을 예전처럼 잘 가지 않는다. 주요 외식상권에서는 자취를 감춰서 찾아보기 힘들고, 마라 전문점이나 현지식 동남아 식당들이 그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포호아가 개점한 것은 2000년대초.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가본적도 없고, 베트남 음식은 더더욱 몰랐던 시절이다. 베트남쌀국수 전문점 포호아가 압구정동 한복판에 생겼는데, 고깃국물에 쌀국수가 들어가 있고 짭짤하고 매운 소스를 넣으니 우리 입맛에 참 잘 맞았다. 식당 내부는 깔끔하고 무난한, 우리에게 익숙한 평범한 식당 분위기였다.


당시의 베트남은 미지의 장소였고 베트남 음식도 생소한 대상이었지만, 포호아는 불편하거나 낯선 느낌이 그다지 크게 들지 않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언젠가부터 그렇게 즐겨먹던 쌀국수 체인점을 점점 방문하지 않게 되었을까? 더 이상 아무런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 게시물 잡식성 파라독스 참고).

한국식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 / 출처 메뉴판닷컴


물론 오래도록 같은 음식으로 사랑받는 음식들도 많다. 국밥집, 갈비집 등 수십년의 세월을 오랜 시간 운영하고 있는 노포 식당들을 보면 대체로 한식당이다. 그런데 에스닉푸드 레스토랑의 경우에는 수십년 동안 변치 않고 그대로 운영하고 있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왜일까?


에스닉 레스토랑, 왜 방문하나요?

지난 글에서 중식당 시장의 다이나믹한 변화와 함께 에스닉 레스토랑을 찾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에스닉 푸드의 기본적 개념을 통해 에스닉 레스토랑 시장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고자 한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한국을 처음 방문하여 관광하는 것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인데, 처음 경험하는 음식들, 낯선 장소들 속에서 즐거워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운 상황도 발생하는 등 ‘외국인관광객의 한국이라는 낯선 관광지에서의 하루하루’를 보는 것이 꽤나 재미있다.


사람들은 한 해 중 빨간 날이 언제인가 확인하고 해외 여행지로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해외가 아니더라도 자기의 거주지역을 떠나 어디 근교에라도 가려고 한다. 이처럼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무엇일까? 기분 전환, 새로운 경험, 등 다양한 이유를 댈 것이다. 요는, 일상의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함이다. 지난 글에서 인간은 지루하면 적당한 자극을 찾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상품이나 새로운 관광지는 이러한 자극을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된다. 에스닉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 설명할 수 있다.


에스닉 푸드 체험 / 출처 unsplash


1인가구의 급격히 증가로 집밥은 오히려 귀한 존재가 되어 외식에서 집밥 같은 편안함을 찾는 니즈가 많아졌지만, 본래 외식은 내식인 집밥을 탈피해서 밖에서 새로움을 찾는 대표적인 소비행위 중 하나이다. 밖에서 사 먹는 외식에서는 매일 먹는 집밥과 똑같은 메뉴를 굳이 찾지 않는다. 과거에 외식이 지금처럼 보편화 되기 전,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엄마가 해준 집밥을 먹었고, 일상 집밥을 탈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식을 했다. 그래서 외식은 집에서 먹던 한식의 집밥 메뉴가 아니라 경양식, 햄버거, 중국음식처럼 다른 음식이여야 했었다.


에스닉 푸드란 다민족이 섞여 사는 미국에서 주로 사용되기 시작한 개념으로써, ‘주류사회’ mainstream 백인들의 식문화와는 다른 ‘이질적이고 생소한’ 소수 민족의 음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식 중식당의 음식들, 피자체인점의 피자, 일본식 카레 등 국민 대부분이 적어도 한번쯤은 먹어봤을 외국음식은 에스닉푸드에서 벗어난다. 일본식 카레나 우동은 에스닉푸드라 보기 어렵지만, 캄보디아식 카레는 에스닉 푸드인 것이다.


에스닉푸드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대중화되지 않은 ‘이국적인’ 특성이다. 소비자 니즈의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앞서 얘기한 적정한 자극을 위해 새로운 음식과 문화를 찾아서 방문하는 곳이 에스닉 레스토랑인 것이다. 지구촌화로 인하여 에스닉 푸드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높아져가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외식 선진지역일수록 에스닉푸드에 대한 니즈가 더 고도화된다. 우리 음식 한식도 다른 나라에서는 에스닉 푸드가 된다.

해당 지역에서 대다수의 소비자에게 충분히 익숙해져 국민음식이 되는 순간, 에스닉푸드는 더 이상 에스닉푸드가 아니게 된다. 미국에서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식 중국음식은 미국의 에스닉푸드가 아닌 것처럼, 더 이상 짜장면, 미국식피자, 우동, 카레 등이 우리나라에서 에스닉 푸드가 아닌 것처럼.


여전히 국민요리를 갖춘 한국식 중식당 시장은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단, 이국음식이 아니라 친숙한 한식 같은 기능으로써. 외식시장의 고도화와 한식의 세계화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백반집들과 노포의 설렁탕집 등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국민음식으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한국식 중식당에 대해서 소비자들은 마치 일반적인 한식당에 대해 갖는 기대처럼 인테리어나 사소한 장식들보다는 안정적인 맛, 위생안전, 서비스와 같은 기본기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댈 것이다.


반면, 에스닉 레스토랑에 대해서는 이국적인 새로움을 기대할 것이다. 에스닉 푸드의 개념과 에스닉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나면, 우리나라 에스닉 레스토랑 시장의 변화의 이유가 눈에 보인다. 에스닉 레스토랑들이 가야할 길은 무엇일까?



에스닉 레스토랑 시장의 다이나믹한 변화가 주는 메시지 

새로움이란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주관적인 것이기에 더욱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이국적이고 새로운 것이 누군가에는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누군가에는 적당히 새로운 것이 누군가에게는 감당 못할 정도의 과한 새로움일 수도 있다. 그래서 참 어렵고,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몇 해전, 현지 정통식의 태국식 레스토랑이 오픈했다. 이 곳은 세련된 인테리어, 고층이 주는 우월한 공간감, 태국 현지 유명 셰프의 음식들로 오픈 당시부터 유명세를 떨쳤다. 현재 고도화된 외식트렌드에 잘 들어맞아 큰 인기를 누릴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곳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모든 것이 훌륭하지만 정작 음식맛이 ‘어려웠다’. Authentic한 현지 음식인만큼 더 어려운 것이다. 국내에 맞게 전혀 변형되지 않은 정통 현지식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우리 소비자들이 그 나라의 음식에 어디쯤 와있는지, 그 맛을 수용하고 선호할 소비자가 몇 명일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에스닉푸드 마케터는 늘 분석하고 찾아내야만 한다. 에스닉푸드에 대해 2020 F&B 소비자들의 적정한 자극을 주는 수준은 어디쯤인지, 우리 브랜드의 타깃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새로움’을 주는 상품은 무엇인지를. 


출처 시추안하우스 공식 홈페이지


어쩌면 십여년전의 시추안하우스처럼 현실과 타협을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수도 있다. 시추안하우스는 오픈 당시 너무 낯설었던 사천음식을 소비자들이 외면해버리는 모습들을 보고, 친숙함을 주는 국민메뉴들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메뉴에 추가했다. 그런데 십년의 세월이 흘러 사천식 마라 음식이 인기 외식 메뉴로 성장하게 되면서, 이번 가을에 새롭게 오픈한 안다즈호텔점에서는 사천메뉴를 대폭 강화하였다. 국민중식 메뉴들은 아예 삭제되어, 짜장면이나 짬뽕을 이제는 만날 수 없다. 대신, 곱창마라전골, 구수계 등 다른 식당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생소한 사천식 메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019년의 압구정 상권 소비자들은 십여년전 소비자들처럼 발길을 돌리기는 커녕 사천식 메뉴들을 골라서 주문하며 그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사천음식은 현재 우리 서울 주요 외식상권의 소비자들에게 ‘적정한’ 자극을 주는 에스닉푸드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천식 음식 / 출처 남민정 인사이트플랫폼 대표


소비자의 소리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타협과 변화를 거쳐, 시추안하우스는 십년 넘게 지속되는 에스닉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너무 빠르면 과한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Neophobia)으로 외면당하고, 너무 늦으면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적절한 신기성이 에스닉 레스토랑 시장의 열쇠이다.



다양화되는 태국 식당과 베트남 식당들

중식이나 일식처럼,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린 지 꽤나 오래된 에스닉 푸드는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 발달하고 있다. 지난 글에서 다루었던 중식의 사례처럼, 지역적 세분화와 다양한 업태의 결합으로 여러가지의 유형을 나타낼 것이다. 태국 식당은 그 변화가 시작된 지 더 오래되었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태국음식점이 등장한 게 20여년 전, 십여 전에 이미 파인다인 형태의 태국 레스토랑이 등장했고, 몇 해전에는 태국식 실내포차가 인기를 끌었다.

서울의 태국식 포차의 모습 / 출처 중앙일보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에스닉 식당들은 국내 등장 초기 중가의 한국화 된 식당과는 다른 이색적인 새로움을 전달한다. 몇 년 전에 경리단에서 인기를 끌던 태국식 실내포차 까올리포차나를 처음 방문햇을 때, ‘재미있고 이색적이고도 맛있다’ 라고 느꼈던 때가 생생하다.


한국식 베트남 쌀국수가 상륙한 지 20년째, 몇 년전부터 북부식 (하노이식), 남부식 등 지역 세분화가 이미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것도 이제 힘을 잃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가로수길에서는 쌀국수 체인 브랜드들이 점포확산에 따라 차례로 인기를 잃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베트남 사장님(으로 추정된다)이 운영하는 현지식의 개인 베트남 식당은 늘 북적인다. 이제 체인 브랜드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이국적인 재미’가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음식이 얼마나 베트남 현지식인지 베트남 관광리조트만 다녀와 본 나는 잘 모르지만, 현재의 그 주변 상권의 외식소비자들에게 ‘적절한 새로움’을 잘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국적인 문화적 경험을 동반하는 에스닉 레스토랑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확산이 진행될수록 현지의 이국적인 특성의 중요성은 더욱 더 부각된다. 어느 정도의 확산이 진행된 에스닉 푸드의 경우, 단순한 메뉴의 베리에이션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또 어떠한 색다른 유형의 베트남 식당, 태국 식당, 일식당이 생겨날지 기대가 된다.


참고문헌

-Mak, A. H., Lumbers, M., Eves, A., & Chang, R. C. (2012). Factors influencing tourist food consump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Hospitality Management, 31(3), 928-936.

-Salazar, N. B. (2005). Tourism and glocalization “local” tour guiding. Annals of tourism research, 32(3), 628-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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